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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욕망의 도시’ 럭셔리산업, 이곳이 뜬다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싱가포르, 두바이, 테헤란’

럭셔리 산업의 새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도시들이다. 세계 경제의 침체와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럭셔리 산업은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배가 고픈 중국 관광객들의 럭셔리 쇼핑 투어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욕망을 금기시해온 이슬람권의 슈퍼리치들이 이 행렬에 속속 참여하면서 두바이, 테헤란 등이 럭셔리 브랜드들의 새 메카로 부상했다. 욕망에 막 눈을 뜨기 시작한 이들 도시에 럭셔리 브랜드들이 몰려들고 있다.


초고가 브랜드, 싱가포르 속속 입성=싱가포르는 럭셔리 브랜드들의 각축장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싱가포르의 초부유층의 증가와 중국 관광객의 초고가 브랜드에 대한 꾸준한 요구로 력셔리 브랜드들이 앞다퉈 싱가포르에 매장을 열고 있다. 지난 1월 마리나 베이 샌즈에 첫 가게를 오픈한 영국 패션 브랜드 알렉산더 맥퀸은 두번째 아울렛을 스코츠 스퀘어에 열 예정이다. 벨기에 왕실이 사랑하는 프리미엄 가죽 하우스 델보도 스코프 스퀘어에 매장을 열고 명품의 맛과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스코츠 스퀘어는 20여개의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가장 트렌디한 곳으로 꼽힌다.

그런가하면 영국 럭셔리 맞춤 수트로 유명한 244년 전통의 기브스 앤 호크스는 파라곤에 첫 단독매장을 열었다. 기브스 앤 호크스 매장은 영국 새빌로 플래그십 매장을 포함해 전 세계 8개가 전부다. 파라곤에는 구찌, 프라다, 미우미우 등의 하이 브랜드와 카날리, 지미추 등 디자이너 숍들이 즐비하다. 6대에 걸쳐 수제 구두를 만들어오고 있는 스페인 브랜드 카르미나와 핀란드를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 마리메코도 신(新)쇼핑몰인 캐피톨 피아자에 문을 열었다.

초고가 브랜드들이 새로 속속 입점하는 반면 이전에 이미 자리잡은 브랜드들은 점점 세를 확장하는 추세다. 이탈리안 패션 레이블 모스키노와 일본 주얼리 미키모토는 마리나 베이 샌즈와 아이온 오차드에 각각 새 매장을 열었다. 오차드 로드는 싱가포르 최고의 쇼핑 밀집 지역으로 3km에 달하는 도로 주변으로 대형쇼핑몰과 백화점이 끝없이 이어진다. 여기에 들어선 화려한 명품 매장들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초고가 브랜드들이 싱가포르에 앞다퉈 매장을 열고 있는 건 ‘아시아의 관문’으로서 싱가포르가 지닌 매력 때문이다. 관광객들에게 싱가포르는 가장 쇼핑하기 좋은 ‘쇼핑천국’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 국제적인 도시 환경도 사업하기 좋은 요소로 꼽힌다. 뭐니뭐니해도 싱가포르 내 부자들의 증가는 럭셔리 업체를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산컨설팅 업체인 나이트 프랭크의 2015년 부자 리포트에 따르면, 싱가포르 부자의 증가는 괄목할 만하다. 3000만 달러(337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가 54% 늘었다. 낙관적인 경제 성장률, 저실업률과 관광지출액의 지속적인 증가는 사치품에 대한 수요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중국 관광객의 통 큰 지출은 관광객수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 관광수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중국 관광객의 1인당 지출은 지난해에 비해 29% 늘었다. 싱가포르를 찾는 관광객은 중국과 인도네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순으로 많다.

여기에 시장의 유동성과 유리한 환율도 럭셔리 업체에 일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강한 경제정책과 정치적 안정성도 싱가포르 럭셔리 시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요인이다.


쇼핑의 천국, 두바이=럭셔리 업체들에게 거대한 기회의 땅으로 인기있는 곳 중의 하나는 아랍에미리트연방(UAE)의 두바이가 꼽힌다. UAE의 관광과 경제를 선도하며 세계의 부가 몰리는 곳 중의 하나다.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 역시 최고급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도시로 여겨지고 있다. 럭셔리 산업의 신흥시장으로서 두 도시는 쌍벽을 이룬다.

이 지역의 럭셔리 상품 수요는 무엇보다 아랍에미리트 내 부자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슈퍼리치와 고소득자들이 럭셔리 브랜드들의 1차 소비자들이다. 이와 함께 서구의 부자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등에서 온 관광객과 러시아, 중국 관광객들로 수요가 넘쳐난다.

젊은층의 럭셔리에 대한 관심과 좋은 품질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브랜드 기반의 럭셔리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통해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얻고 공유하면서 브랜드 매니아로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두바이와 아부다비에 매장을 연 럭셔리 브랜드들의 성장세는 매우 가파르다.

두 도시의 쇼핑 매력은 거대한 쇼핑몰에 있다. 두바이 몰 , 몰 오브 더 에미리트 인 두바이, 더 갤러리아 인 아부다비 등의 쇼핑몰에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모두 몰려 있어 쇼핑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이 곳이 각 국의 여타 쇼핑몰과 다른 점은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오락거리가 함께 있다는 점이다.

몰 오브 더 에미리트 인 두바이에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실내 스키 슬로프가 있는 곳으로 잘 알려진 이 몰은 470개 상점이 입주해 있으며 베르사체, 페레가모, 랄프 로렌 등이 아라비안 부티크를 따라 자리잡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두바이 몰은 올림픽 규모의 아이스링크, 아쿠아리움, 테마파크와 폭포까지 쇼핑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두바이 몰은 매년 1월 한달간 70%까지 할인하는 두바이 쇼핑 페스티벌을 개최, 부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최고의 쇼핑지로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두바이의 노력과 아부다비의 야심적인 새 변신 프로젝트에 힘입어 아랍에미리트 력셔리 시장의 성장률은 전체 경제성장율을 넘어선다. 전문가들은 지역 불안정성과 러시아의 경제 규제 등의 요인이 성장률의 단기하락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2017~2019년에는 높은 성장률을 구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테헤란, ‘그레이 마켓’이 깨어난다=이란의 테헤란도 급격한 시장의 변화를 겪고 있는 곳 중의 하나다. 1979년 이슬람혁명 후 수십년 간의 내핍을 경험한 이래 최근 이란 중산층들은 최고급 디자이너의 상품에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테헤란의 젊은 부자에게 쇼핑은 새로운 종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여행을 통한 외국 트렌드에 노출 기회가 많아지고 인터넷과 위성 텔레비전을 통해 럭셔리 브랜드를 접하면서 상품에 대한 욕구가 폭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부유층은 고가 브랜드에 어마어마한 돈을 쓰면서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테헤란의 슈퍼리치 자녀들 가운데 인스타그램을 통해 구입한 새 브랜드를 올리고 자랑하는 게 유행일 정도로 럭셔리 브랜드 선호도가 높다.

그렇다고 브랜드 취향이 부유층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일하는 직장여성들 사이에서도 고가 브랜드 선호경향은 뚜렷하다. 연봉 2000여만원인 직장 여성이 거의 한달 치 월급을 버버리 백을 사는데 쏟아붓는 일이 적지 않다. 럭셔리 브랜드는 아직 이란에서 수입 금지 품목이지만 빅 패션 브랜드들의 경우 없어서 못 팔 정도다. 가격도 해외보다 훨씬 비싸다. 이는 패션 브랜드들이 아직 이란 내에서 직접 비즈니스를 할 수 없는 데 따른 것으로 대부분 다양한 경로를 거쳐 뒷문으로 들어온 것들이다. 미국과 이란의 핵 합의에 따라 향후 럭셔리 브랜드의 행보는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최근 베네통, 에스카다 등이 이란에 오픈한 것은 시작일 뿐이다.

버버리 같은 패션 하우스들은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이란 시장을 ‘그레이 마켓’이라 부른다. 그러나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을 이들은 인식하고 있다. 한마디로 캐기만을 기다리는 금광이란 얘기다. 이란은 그동안 금융제재에도 불구하고 1인당 GDP는 1만650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이란이 브라질 중국 인도 남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가운데 이들이 상대적으로 소비할 돈이 많다는 걸 의미한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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