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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구글 문화 만든 사막축제’…부호들이 ‘버닝맨’으로 가는 까닭은?
-매년 8월 말 미국 네바다 사막에서 열리는 ‘버닝맨 페스티벌’
-‘버닝맨 마니아’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ㆍ세르게이 브린
-엘론 머스크ㆍ마크 저커버그ㆍ제프 베조스도 사막축제 즐겨
-호화캠핑 벌이는 부자들, 버닝맨 문화 퇴색 우려 높아져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ㆍ민상식ㆍ윤현종 기자]2001년 구글의 최고경영자(CEO)를 뽑는 인터뷰 자리에 나온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슈미트는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의 창의적인 사고와 통찰력에 감탄했다. 특히 대화 도중 ‘버닝맨’(Burning Man) 페스티벌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세 사람은 깊은 연대감을 느꼈다. 이들은 모두 버닝맨 페스티벌에 매년 참가하는 버닝맨 마니아였기 때문이다. 버닝맨 얘기 등으로 인터뷰에서 신뢰를 얻은 슈미트는 구글에 합류해 성공스토리를 써나갔다.

지난달 30일 올해의 버닝맨 페스티벌이 시작됐다. 일주일간 진행되는 버닝맨은 미국 네바다 주 블랙록 사막에서 열리는 예술문화축제다. 전세계 6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노동절을 앞두고 매년 8월 말 네바다 사막에 모여 예술 작품을 만들고 축제를 즐긴다. 

매년 8월 말 미국 네바다 주 블랙록 사막에서 열리는 예술문화축제, 버닝맨 페스티벌

축제의 특징은 참가자들이 수개월간 공들여 제작한 예술작품을 즐기다 불태워버리는 것이다. 행사의 절정은 마지막 날 저녁 30m 높이의 인간 형상 목조물을 태우는 것이다. 이 모습에서 버닝맨이란 이름이 비롯됐다.

버닝맨을 즐기는 대표적인 슈퍼리치는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다. 두 사람은 매년 8월 말이 되면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네바다 주 사막으로 향한다.

이들은 다른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유, 열정, 창조’라는 주제를 내걸고 예술 작품을 만들고 축제를 즐긴다. 전 세계에서 온 참가자들과 국경을 잊고 함께 어울리며 창조하고 파괴한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왼쪽)와 세르게이 브린.

버닝맨은 ‘자율’과 ‘공유’로 운영된다. 참가자들은 숙식을 포함한 모든 것을 스스로 조달한다. 상업적 거래는 거의 하지 않으며 상업시설도 없다. 텐트로 캠핑을 하며 서로 숙소를 개방해 공동체를 형성한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물물교환하면서 자급하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이 같은 버닝맨 정신은 개방과 공유를 토대로 한 구글의 기업문화에서도 나타난다. 구글을 설립하기 전부터 버닝맨을 즐긴 두 창업자, 페이지와 브린은 버닝맨 축제의 정신(공유ㆍ창조ㆍ자율)을 구글로 옮겨왔다. 인터넷에서 개방과 공유를 극대화한 사업으로 성공한 구글을 이끈 기업문화가 버닝맨에서 비롯된 셈이다. 실제 구글의 ‘놀이터’ 같은 사옥 내부 벽에는 버닝맨의 사진 수십장이 걸려있다.

구글이 버닝맨의 영향을 받은 게 또 있다. 구글의 ‘얼굴’ 역할을 해온 구글의 로고다.

두 팔을 벌린 사람(버닝맨 상징)을 그려 넣은 구글의 로고.

1998년 8월 말 버닝맨 페스티벌에 참석했던 두 공동창업자는 자신들의 참여 사실을 알리기 위해, 구글의 첫 검색화면에 등장하는 ‘Google’ 로고에 버닝맨의 상징을 넣었다.

이것이 다양한 그림과 문자로 꾸민 구글 로고 ‘두들’(Doodle)의 시작이었다. 이후 각종 기념일마다 구글은 다양한 두들을 선보이고 있다.

페이팔 창업자, 엘론 머스크

억만장자이자 천재 공학자로 유명한 엘론 머스크(Elon Musk)도 버닝맨의 단골손님이다.

2004년 가족들과 함께 버닝맨에 참여한 머스크는 축제를 즐기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영감’을 떠올렸다. 이어 축제를 함께 즐기던 사촌 린든 라이브에게 태양광 발전회사 설립을 제안했다.

2년 뒤 그는 사촌인 린든과 함께 태양광패널업체 ‘솔라시티’(Solarcity)를 설립했다. 솔라시티의 주력 사업은 무상으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장기 대여해주고 대여료를 받는 것이다. 대여료가 기존 전기료보다 싼 덕분에, 솔라시티는 몇년 만에 미국 최대의 태양광 설치업체로 눈부신 성장을 했다.

엘론 머스크는 온라인 결제시스템 페이팔(Paypal)의 공동창업자로, 현재 우주관광사업체 스페이스엑스(SpaceX)와 전기차업체 테슬라(Teslar Motors)를 이끌고 있다.

머스크 외에도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페이스북 창업자와 제프 베조스(Jeff Bezos) 아마존닷컴 창립자 등 실리콘밸리의 젊고 창의적인 IT부호들이 매년 버닝맨 축제에 참여해,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부자들의 초호화 캠핑으로 변질되고 있는 버닝맨 축제

하지만 최근 실리콘밸리의 부호들을 비롯해 대기업 경영진, 벤처 투자자 등이 대거 몰려들면서, 버닝맨의 문화가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자본으로부터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유를 추구하는 버닝맨 페스티벌이 부자들의 초호화 캠핑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텐트 숙박을 하는 일반 참가자들과 달리 전용기를 타고 온 부호들은 고급 트레일러 숙소와 개인 요리사 등 수백만달러를 들여 호화 캠핑을 벌이고 있다.

특히 세르게이 브린과 엘론 머스크가 축제 기간 중 세워지는 임시 도시 ‘블랙록시티’(Black Rock City)를 일년내내 운영하는 도시로 만들려 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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