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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필수] “삶아서 담으면 괜찮은데…”
미국에는 ‘지정생존자(designated survivor)’ 제도라고 있다. 대통령, 부통령, 3부 요인 등 고위 관료들이 불가피하게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의 경우 한 사람(지정생존자)을 지정해 불참케 한다. 테러, 사고 등으로 대통령과 대통령직 승계 우선순위자들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다. 유고(有故)시에 지정생존자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국정 공백을 커버한다. 올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 때는 앤서니 폭스 교통부 장관이 지정생존자로 지명돼 행사에 불참했다. 투자격언으로 비유하면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것이다.

코카콜라 제조비법을 알고 있는 코카콜라의 극소수 경영진이 같은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는 얘기나 비행기 조종사와 부조종사가 같은 메뉴로 식사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코카콜라 얘기는 한때 사실처럼 회자됐지만, 이제는 호사가들이 지어낸 에피소드쯤으로 치부된다. 제조비법 보존보다는 만약의 사고에 따른 경영 공백을 대비하는 취지였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일부 대기업들도 이제는 고위 경영진들이 같은 비행기를 타지 않도록 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

반면 흩어짐보다 뭉침을 내세우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산업 클러스터(집적지)다. 클러스터는 유사 업종에서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기업, 기관들을 한 곳에 모아 시너지를 낸다. 미국 실리콘밸리, 중국 쑤저우산업단지, 한국 대덕밸리 등이 대표적이다. 아웃렛이나 먹자골목도 넓게 보면 클러스터다. 동종 또는 이종 브랜드나 업종이 모여 시너지를 내며 오랜 기간 고객들을 잡아 끈다. 아프리카 속담으로 치면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주 발표한 카지노 복합리조트 건립 후보지 선정을 놓고 집적과 분산 논쟁이 일고 있다. 문체부는 4개 지자체, 9곳(인천 영종도 6곳, 부산 1곳, 경남 진해 1곳, 전남 여수 1곳)을 후보지로 뽑고, 연말까지 최종 2개 안팎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건 인천 영종도 쏠림 현상이다. 이미 파라다이스그룹과 LOCZ(중국ㆍ미국계 합작사)이 영종도에 복합리조트 첫삽을 떴거나 뜰 예정인 마당에 영종도에 또 복합리조트가 추가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를 거론하며 몰려 있어야 더 많은 사람이 온다는 의견과 시장도 크지 않은 한국에서 서로 출혈경쟁만 할 것이라는 반론이 맞선다.

예전 재무관리 수업 때 교수님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으면 안된다”며 분산투자를 언급했다. 한 급우가 “삶아서 담으면 괜찮은데…”라고 중얼거려 웃음바다가 된 적이 있다. 생각해 보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고 강해지는 것도 중요하다. 맛있는 식당은 위치, 형태에 상관 없이 사람들이 기를 쓰고 찾지 않는가.

‘뭉치느냐, 흩어지느냐’보다 얼마나 편하고 경쟁력 있는 리조트를 세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인 듯싶다. 그래도 굳이 의견을 밝히라면 필자는 집적 쪽에 한표다. “언 발에 오줌누기”를 걱정해서다. 특히 이제 출발하는 복합리조트라면 집적의 시너지를 추구하는 게 맞다.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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