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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7~8월 아파트 경매‘신기록’행진
낙찰가율·낙찰률·건당 응찰자수
2001년 이후 사상 최고 기록
물건수 역대 최저 희소성 부각



지난 24일 오전 서울동부지방법원 경매1계. 경매가 진행된 7채의 아파트 중 5채가 주인을 찾았는데 3채는 감정가 보다 비싸게 낙찰됐다. 성동구 금호동 ‘금호동대우’ 84.96㎡(이하 전용면적)에는 18명이나 응찰해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01.36%(감정가 5억9000만원, 낙찰가 5억9799만9000원)나 됐다. 나머지 2채의 낙찰가율도 90% 이상을 기록했다. 이날 최고의 화제는 감정가 3억1280만원인 성동구 용답동 ‘현덕해밀’ 아파트 84.99㎡(이하 전용면적)였다. 낙찰가가 무려 32억8880만원이나 됐다. 경쟁적으로 입찰가를 쓰면서 실수로 ‘0’을 하나 더 쓴 데 따른 해프닝으로 보인다. 이 경우 입찰보증금 3128만원을 고스란히 날릴 수밖에 없다. 

서울 지역 경매법원 내부 모습.

아파트 경매 시장에서 7~8월은 비수기로 통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감정가보가 비싸게 낙찰되는 ‘고가낙찰’이 경매 현장마다 흔해졌다. 24일 서울에서 경매 일정이 있었던 서울동부지방법원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낙찰된 아파트는 모두 16채인데 이중 10채가 낙찰가율 100% 이상을 기록한 고가낙찰이었다.

지지옥션이 역대 비수기(7~8월)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아파트 낙찰가율, 건당 평균 응찰자수, 낙찰률(경매건수 대비 낙찰건수) 등을 조사한 결과 모두 올해가 조사를 시작한 2001년 이래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 7~8월(8월은 24일까지 집계) 수도권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92.2%로 역대 비수기 최고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 2002년 91.89%)을 넘어섰고, 올 건당 평균 응찰자수는 8.67명으로 직전 최고 기록(2009년, 7.85명)보다 많았다. 올 비수기에는 아파트 낙찰률도 55.2%를 기록해 역대 최고 기록(2001년, 54.76%)을 갈아치웠다.

일반적으로 경매시장에서 낙찰가율 80% 이상이면 활기를 띠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이 수준이면 매매시장의 급매물보다 오히려 더 비싸게 낙찰되는 물건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균 낙찰가율 90% 이상이면 시장이 ‘과열’ 수준으로 진단한다. 역대 비수기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이 90% 이상을 기록한 건 2002년(91.89%)과 2007년(90.3%)밖엔 없었다.

낙찰률 50% 이상 기록도 경매시장이 어느때보다 뜨겁다는 증거로 꼽힌다. 경매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경매에 임하면서 나오는 물건의 절반이 낙찰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역대 비수기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이 50% 이상을 기록한 건 2001년(54.76%)과 2007년(50.22%) 두해뿐이다.

올 비수기 경매시장이 이렇게 과열된 것은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경매를 통해 내집마련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세는 2012년 7월 이후 지난달까지 3년1개월 연속 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주택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경매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원인으로 꼽힌다. 주택시장이 향후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채권자들은 아파트 물건을 바로 경매에 넘기지 않고 매매시장에서 처리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 경매시장에 나오는 아파트 물건이 사상 최저치로 줄었다.

올 7~8월 경매시장에 나온 수도권 아파트는 모두 1631채로 통계를 집계한 2001년 이래 가장 적다. 2001년부터 2014년까지 7~8월 경매가 진행됐던 수도권 아파트 물건수는 매년 평균 3469건으로 올해는 평년의 절반도 안되는 셈이다.

강은 지지자산운용 투자운용팀장은 “수도권 아파트 경매 물건수가 사상 최저치로 줄면서 희소성이 높아졌다”며 “경매로 내집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가 늘어나고, 물건 수가 크게 감소하면서 수도권 아파트 경매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과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경매 참여 목적은 매매보다 싸게 사려는 것인 만큼 지금처럼 과열됐을때 무리한 입찰은 삼가해야 한다”며 “최근 주택시장 활기가 다소 주춤한 상황이기 때문에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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