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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트홀릭] 늙는다는 것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늙는다는 건 한 손에 막대를 잡고 한 손에 가시를 쥐어 막아보려 해도 제가 알아서 지름길로 오는 것이라고, 고려의 문신 우탁은 탄식했다. 화가 김은진(47)은 노인의 방에 걸린 검은 주머니들에서 늙음과 죽음을 봤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 때문이다. 시골 할머니댁에 놀러갔다가 동네 아저씨들이 멍석말이로 개를 잡는 장면을 본 것. 불에 구워 까만 잿덩이로 변한 개의 살점 일부를 도려냈을 때 드러난 선홍빛 속살…. 작가에게 죽음이란 붉은 속살을 품은 채 까맣게 타 버린 개의 모습이었고, 늙는다는 건 검은색 실로 주머니를 꿰어 주렁주렁 늘어놓는 일이었다. 곧 닥쳐올 노인의 미래를 상징하듯, 그림 속에는 벌겋게 속살을 드러낸 검은 오브제들이 놓여 있다. 

의자, oil on canvas, 130x193cm, 2013.

김은진 작가의 개인전이 ‘남은 시간’이라는 타이틀로 27일부터 9월 6일까지 금호미술관(서울 종로구 삼청로)에서 열린다. 종교적인 색채, 밀도있는 표현으로 독특한 회화작품들을 선보여 온 작가다. 어머니와의 갑작스러운 사별 이후 노화와 죽음,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이 신작에 녹아들었다. 제작에 16개월이 걸렸다는 가로 5m가 넘는 대작 ‘냉장고’도 함께 선보인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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