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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美ㆍ英 ‘연봉불균형’ 논란속...한국 CEO연봉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ㆍ성연진 기자ㆍ이혜원 인턴기자] “미국 최대의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최고경영자 덕 맥밀런(Doug McMillon)은 지난 한 해 총 1940만달러의 보수를 받았다. 이는 월마트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원의 800배에 달하는 급료다. 월마트 보통 직원은 한시간에 9달러의 시급을 받는다. 이건 뭔가 엄청나게 잘못된 일이다(Something is terribly wrong here)” 최근 미국 CNN의 기사 일부분이다.

미국은 재계는 요즘 최고 경영자들의 봉급 논란으로 시끄럽다. 천문학적 수준으로 치솟고 있는 기업 최고 경영자들의 연봉 수준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이다. ‘이익을 많이 낸 경영자에겐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준다’는 성과주의가 굳건하게 자리잡아온 미국이지만, 최근 들어 경영자와 보통직원 간의 임금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이 문제가 국가적 화두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PI)가 지난해 제출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50년 전에 미국 기업 CEO는 평사원 연봉의 약 20배를 받았지만, 2013년 기준으로 그 격차는 무려 300배로 벌어졌다.

특히 이러한 흐름은 2008년 금융위기 회복 이후 더욱 강화됐다. 위기때 기업을 살려낸 공로에 대해 CEO들이 더 많은 성과를 요구하면서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재무관리 분야의 중요성이 커진 탓에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는 것도 하나의 트랜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S&P500 기업 CFO의 연봉 중간값은 13.9% 올랐다. 컨설팅업체 헤이그룹 조사에서는 50개 기업 CEO의 연봉이 6.9% 늘어난 것에 비해 눈에 띄게 상승률이 높다. 은퇴한 구글의 CFO패트릭 피체트로의 경우 지난해 무려 4380만 달러의 연봉을 받기도 했다. 


어찌됐건 회사의 최고경영자들의 (CXO)의 연봉은 치솟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들과 일반직원 간의 임금 불균형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 USA투데이가 조사 보도한 바에 따르면 S&P500대 기업 가운데 하나인 미디어기업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스의 CEO 데이비드 재슬러브는 지난해 1억5600만 달러의 급여를 챙겼다. 이 회사 직원들의 평균연봉은 6만8397달러. CEO 연봉이 일반직원의 2282배에 달한다. 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치포틀 멕시칸사(社)의 CEO 스티븐 엘스는 종업원의 1524배, 스타벅스의 오너이자 최고경영자 하워드 슐츠는 직원평균의 994배에 달하는 연봉을 챙겼다. 


다른 매체들의 조사에서도 결과는 비슷하다. 미국의 연봉정보 전문사이트인 페이스케일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제약사인 CVS 케어마크사의 CEO 래리 J. 멜로는 지난해 총 1211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는데 이는 직원 평균 연봉의 422배에 해당했다. 세계적인 타이어업체 굿이이어의 CEO 리차드 크레이머의 연봉 1508만 달러는 직원 평균 연봉 4만6700달러의 323배였고, 월트 디즈니의 CEO 로버트 아이거의 연봉 1703만 달러는 직원들의 282배에 달했다.

결국 정부가 나섰다. 지난 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최고경영자(CEO)와 다른 직원들 간 연봉 격차를 공개하도록 하는 ‘페이 레이쇼(pay ratio)’ 원칙을 승인했다. CEO 연봉과 평사원들 연봉 중간치의 격차가 얼마인지를 공개하도록 한 것이다. 상장기업들은 2017년 1월 이후 회계연도가 시작한 이후부터 임금 격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위원회의 결정은 논란을 낳고 있다. 위원회 승인 과정에서 5명의 최고 의원이 찬성 3표, 반대 2표로 나뉘는 등 이견이 엇갈린 데 이어, 미국 상공회의소 등 기업 측에서 ‘페이 레이쇼’ 원칙을 기각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순탄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영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소득불평등 완화를 주창하는 시민단체 ‘고임금센터’(High Pay Centre) 자료를 인용해 영국 FTSE100지수에 상장된 기업 CEO 평균 연봉을 추산한 결과 일반 직원 월급과 비교해서는 183배나 많다. 1998년 47배에 그쳤던 CEO와 직원 임금격차가 15년여 사이에 4배이상 벌어진 셈이다. 영국에선 금융위기 이후부터 CEO들의 고액연봉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난 회계연도부터 대표이사들의 연봉을 공개하고 있다. 다행히도 임금격차는 미국과 영국의 수준만큼은 아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국내 주요 기업들의 페이 레이쇼(pay ratio)를 추정해 보았더니 상당수는 20~30배 수준을 보였다. 미국만큼 CEO-일반직원 간의 임금격차가 심하지 않았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실히 자리잡히지 않은 데다가, 아직은 성과보다는 연공에 대한 보상의 성격의 차원에서 CEO의 연봉이 결정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오너일가들의 연봉이 상대적으로 많이 높은 것이 눈에 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경우 지난해 현대차에서 57억20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직원 평균 연봉 9700만원의 58.97배다. 정몽구 회장의 경우는 현대모비스에서도 42억9000만원의 연봉을 받았는데 이는 직원평균치의 47.67배에 달한다. 최근 공시자료에 따르면 정 회장은 최근 2015년도 반기에도 현대차에서 24억원의 연봉을 받았는데 이는 직원평균치의 66.67배였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경우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에서 44억3500여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직원 평균의 60.93배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경우 지난해 지주사인 ㈜LG에서 44억2300만원의 연봉을 챙겼다. 이는 직원들 평균 연봉의 51.77배다. 구회장은 올해 상반기에도 34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는데 이는 직원들 평균의 78.26배였다.

경영권 분쟁으로 화제에 오르고 있는 롯데그룹도 비슷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난해 롯데쇼핑에서 받은 23억원의 연봉은 직원 평균 연봉의 68배였다. 신동빈 부회장은 15억5000만원으로 45.87배 수준이었다. 홍석조 BGF리테일그룹 회장의 경우도 지난해 28억9800만원의 급여를 받았는데 직원 평균 연봉의 61.66배 수준이다.

다만 우리나라 오너들의 경우 연봉외에도 적지 않은 수준의 배당을 받는다. 미국의 CEO들은 대부분 전문 경영인이라 배당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감안하면 오너들과 직원들의 실질적인 임금격차는 훨씬 더 높아질 여지가 많다.

국내 주요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글로벌 수준의 페이 레이쇼(pay ratio)를 보인 회사는 삼성전자다. 세계 최대의 제조업체로 올라선 만큼CEO들에게 성과보상을 철저히 하는 분위기가 잡혀있다.

덕분에 권오현, 윤부근, 신종균, 이상훈 등 대표이사진은 지난해 상당한 연봉을 받았다. 특히 IM(무선통신) 사업부분을 총괄하는 신종균 사장의 경우는 지난해 145억72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직원평균 연봉인 1억200만원의 142배 수준이었다. 권오현 부회장은 직원들의 92배, 윤부근 CE(소비자 가전)부문 사장은 직원들의 53.8배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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