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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물 교체시의 안전성] 칼럼, 국내 치료 역사 30년, HIV는 이제 만성질환

30대 HIV(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감염 환자 김 모 씨는 또래의 친구나 동료에 비해 젊고 건강하다. 꾸준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습관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비결이지만 HIV 환자로서 김 씨의 건강 관리 비결의 핵심은 HIV를 안정적으로 잘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15년 전 20대 초반의 나이에 HIV 감염 사실을 확인하고 '얼마 살지 못할 것으로 알았다’던 해당 환자는 현재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관리만 잘하면 건강을 유지하며, 오래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스스로가 이를 체험했기 때문인데, 그는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HIV 관리에 필요한 검사를 잘 챙기고 치료제도 처방에 따라 제 때, 제대로 복용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피에서 측정되지 않으며 CD4+ 세포수가 건강인과 같은 수준의 수치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HIV 감염은 소위 ‘사망을 피할 수 없는 질환’에서 ‘여생에 걸쳐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만성질환’으로 개념이 바뀌었다. 치료 효과가 개선된 치료제들의 개발 등 등 치료법의 발전 덕분에 HIV 감염 환자들도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처럼 치료제 복용 등의 관리를 잘 유지한다면 건강한 노후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일례로 HIV 감염자로 잘 알려진 미국 NBA 농구 스타 매직 존슨도 1991년에 HIV 감염된 이후 꾸준한 관리로 20년 넘게 건강을 유지하며,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약제를 잘 복용하여 바이러스를 조절하면,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건강에 위험하지 않다고 이야기되는 실정이다.

질병관리본부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3년까지 누적 HIV/AIDS 내국인 수(누적 보고된 자 중 사망 보고된 자는 제외)는 총 8,662명으로, 그 중 절반이 30~4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단 평균 수명이 늘어난 백세 시대를 앞두고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치료법의 발전 등으로 HIV 환자들의 기대 수명 또한 늘어났다는 점에서 만성 질환으로서 HIV를 장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치료 전략이 더욱 중요해졌다.

일반적으로 치료제를 통해 질환을 치료 또는 관리하는데 있어 환자가 치료제를 지침에 따라 복용하는 복약순응도는 치료 효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만성질환을 관리함에 있어서는 치료제를 장기간 그리고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만큼 부작용에 대한 부담이 덜고 치료 효과를 제공할 수 있는 치료법의 필요성이 더욱 중요하다.

HIV를 관리하기 위한 약물 요법과 관련해서는 치료제를 장기간 복용할 경우 내성 발현이라는 부작용이 수반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치료력(과거 치료의 내역)을 잘 분석하고 치료제에 대한 내성 검사를 실시한 후 내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내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치료제로 신속하게 교체해 치료제 복용에 공백을 없애고 약물 요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성 발현 후 치료제 교체 시 고려돼야 할 사항으로는 치료제의 강력한 효과와 내성이 잘 유도되지 않는 약제로의 변경이 중요하다. HIV 환자의 경우 HIV-RNA 수가 적을수록 HIV 감염이 에이즈로 진행되는 것을 지연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초기부터 강력한 치료제로 HIV 바이러스의 증식과 돌연변이를 조기에 억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장기적 복용이 필요하므로 부작용이 적고, 내성장벽이 크며, 하루 한번 복용이 가능한 약물이 좋다. 약물의 조합(regimen)마다 장단점이 있으며 100% 완벽한 약물은 없으므로 HIV 감염에 대한 전문가와 상의하여 본인에게 가장 적절한 약물을 선택하고 조절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병, 고혈당 등 만성 질환 관리의 핵심은 생활 습관과 약물 요법을 통해 합병증을 예방함으로써 환자의 치료 부담을 줄이고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것이다. HIV 관리 역시 마찬가지로 바이러스를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억제해 면역 기능을 회복, 유지시킴으로써 감염과 관련한 질환의 이환율과 사망률을 감소시키는데 있다. 따라서 환자들은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치료제를 제 때, 제대로 복용해야 하며, 이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는다면 관련 사항을 전문의에게 반드시 보고해 약물 요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경북대학교 감염내과 김신우 교수]


온라인뉴스팀/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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