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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에 왠 ‘에어컨 전쟁(?)’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여름이 너무 추워요.”

식을 줄 모르는 무더위에 ‘빵빵한 에어컨’을 찾아 카페로, 도서관으로 피서를 나서는 ‘더위 난민’까지 생겨났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과도한 냉방에 ‘추운 여름’을 호소하며 에어컨과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낮 최고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지만 버스ㆍ지하철 등 대중교통이나 사무실, 카페 등에서는 긴팔, 긴바지에 담요까지 두른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진=123RF

실제로 6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의 실내 온도는 18도에 맞춰져 있어 에어컨이 쉴 새 없이 돌아갔다. 이곳에서 자리한 대부분 여성들은 가디건으로 찬 에어컨 바람을 피했다.

대학생 김모(20ㆍ여) 씨는 “더위를 피해서 들어온 카페에서 다시 추위를 피하는 식의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며 “봄ㆍ가을에도 잘 안 입는 가디건이 여름엔 필수품이다”라고 말했다.

추운 사무실에서 오래 머물러야 하는 직장인들은 더 큰 고충을 토로한다. 게다가 중앙냉난방으로 실내 온도가 맞춰지는 시스템이라 에어컨을 줄일 수도 끌 수도 없는 사무실들에선 겨울 외투까지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의 한 회사에 다니는 권모(26ㆍ여) 씨는 “에어컨 바람을 직접 받는 자리라 겨울 점퍼를 가져다 두고 입는다”며 “점심시간처럼 잠깐씩 밖에 나갈 때 오히려 몸에 온기가 들면서 날씨가 따듯하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의대 연구팀은 여름철 사무실 냉방 기준이 ‘40세 70kg 남성’ 기준으로 설정돼 있어 여성이 훨씬 더 추위를 느낀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 때문에 ‘덥다고 부채질하는 남자 직원, 추워서 옷과 담요로 꽁꽁 싸맨 여자 직원’이 함께 일하는 모습이 연출된다는 설명이다.

여름 보충수업이 한창인 고등학교 교실에서도 ‘에어컨 틀자’파(派)와 ‘끄자’파가 나뉘었다.

고등학생 이모(18) 양은 “너무 추워서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다가 못 참겠어서 교실 뒤로 나가 에어컨을 끄면 나중에 ‘더운데 누가 껐냐’며 따가운 눈초리를 날린다”고 말했다.

여름철 단골손님인 냉방병도 주의해야 한다.

주로 기운이 없거나 가벼운 두통, 인후통 증상이 나타나는 냉방병은 실외와 실내 기온 차가 많이 났을 때 몸이 적응하지 못해 발생한다.

고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는 “냉방병 예방을 위해 보통 실내 온도를 실외 온도와 5도 차이 나도록 하라고 권고하긴 하지만 요즘 같은 무더위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실내 온도가 18도일 때 18도라는 숫자는 봄가을 기온 정도지만 지속적으로 바람을 쐬는 거라 훨씬 춥게 느껴질 수 있으니 희망온도를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에어컨을 계속 틀어놓더라도 환기를 자주 시키고 물을 많이 섭취하면 냉방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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