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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女변 4000명시대③]“가정 때문에 대법관 포기” 女변호사 유리천장에 두 번 울다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최근 공석이 된 대법관 자리에 4명의 여성 변호사가 후보로 추천됐었다. 그러나 이들중 3명은 대법관 후보로 지명되기를 고사했다. 이유는 가정이었다. 이제 곧 고3으로 올라가는 수험생 딸의 수능 준비를 위해, 또는 몸이 편찮은 친정엄마의 병간호를 위해 여성 변호사들은 법조인으로서 선망하는 대법관이 되기를 포기했다. 변호사에게도 가사와 경제활동을 모두 해내야 하는 ‘수퍼우먼’의 장벽은 버거웠다.


▶남성보다 높은 진입장벽, 유리벽= 여성 변호사들은 사회에 첫 발을 내딪는 순간 부터 차별을 받았다.

한 대기업의 사내변호사를 근무하며 인사 업무에 관여한 A변호사(39ㆍ남)는 “몇 달 전에 변호사를 추가로 뽑으면서 1ㆍ2순위가 모두 결혼을 막 하거나 할 여변호사, 3순위가 남변호사였다”며 “ 곧 애를 낳을 텐데 그만두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압력에 결국 3순위인 남변호사를 뽑았다“고 털어놓았다.

포화 상태인 변호사 인력시장에서 운좋게 로펌 등에 자리를 잡더라도 차별은 이어진다.

한 중견 로펌에 근무중인 B변호사(34ㆍ여)는 “로펌에서 실질적인 승진은 ‘파트너’ 급으로의 진입인데 대내외적 술자리를 매개로 한 남자들의 네트워크를 뚫고 영업력을 인정받는 파트너가 된다는 것은 여변호사에게 사실상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 로펌에서 근무중인 C변호사(29ㆍ여)는 “로펌 대표변호사가 기본적으로 여변호사의 능력을 신뢰하지 않아 애초에 사건 배당 단계에서 수임료가 크고 비중있는 사건을 좀처럼 맡기지 않는다”며 “영장기각도, 무죄선고도 수차례 이끌어 냈지만 우겨서 사건을 받아내지 않는 이상 이혼사건, 가사사건 위주로 배당받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출산ㆍ육아 경력 단절의 압박= 어렵게 커리어를 쌓아가더라도 출산과 육아의 부담은 여변호사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온다. 각종 복지 제도는 유명무실하다는 것이 여성 변호사들의 하소연이다.

한 대형 은행에서 사내변호사를 근무하는 D변호사(41ㆍ여)는 “임신을 이유로 재계약이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사내변호사는 임금체계 상 혜택을 준다는 명목으로 계약전문직으로 분류되지만, 계약직의 한계로 연차가 쌓여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생후 9개월 된 아이를 둔 대형 로펌 소속 E변호사(32ㆍ여)는 “육아휴직? 법적으로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예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토로한다. 그는 “우리 로펌 전체 변호사 350여명 중 여성변호사는 100명가량 있는데 육아휴직을 쓴 사람은 한 명도 없고 다들 생각을 안 하고 있어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사직할 각오로 가야한다”고 전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F변호사(40ㆍ여)는 아예 둘째 낳기를 포기했다. F변호사는 “육아휴직이라는 것은 퇴직으로 받아들이는 게 보통인 것 같다”며 “육아휴직이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내가 법을 앞장서 수호해야 할 변호사 임에도 불구하고 권리의식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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