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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女변 4000명시대①] 女풍당당? 일과 가정 사이에 갇힌 ‘女변’
[헤럴드경제=양대근ㆍ강승연ㆍ김진원 기자] ‘여풍당당(女風堂堂 ).’

21세기 대한민국 여성 변호사를 표현하는 데 이보다 적절한 단어는 찾기 힘들다. 남성 전유물로 여겨졌던 ‘법조계 아성(牙城)’을 무너뜨린 그들은 이제 법정을 넘어 영화ㆍ드라마 속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할 만큼 일반인에게 친숙한 존재가 됐다.

현실에서도 국회의원과 장관을 비롯해 정관계 요직에 두루 진출하며 사회적 위상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달리 여전히 많은 여변호사들은 유리천장과 가사노동이라는 전통적인 굴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 가장 고학력군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실제로 겪는 남녀 차별과 가사에 대한 고민은 지난해 세계 성평등지수 117위에 그친 한국 사회의 민낯이다.

5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1980년 2명에 불과하던 여성 변호사는 2015년 7월말현재 4415명으로, 35년만에 2200배 급증했다.

국내의 전체 변호사 1만9811명 중 22.3%로, 변호사 4.5명 중 1명이 여변호사인 셈이다.

2000년대부터 여성 사법고시 합격자가 늘어나고, 로스쿨 제도가 시행되면서 여성 변호사는 급격히 늘어났다.

하지만 증가한 숫자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변호사들은 일터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에서의 가사 부담 역시 남성 변호사에 비해 2배 가까이 컸다.

지난해 대한변협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40대 유자녀 여성 변호사의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 평균 2시간 47분이었다.

같은 나이대 유자녀 남성 변호사(94분)에 비해 1.8배 가량 더 많았다. 가사노동 중에서도 ‘자녀 돌보기’에 투자하는 시간도 여변호사가 남성보다 50분 더 길었다.

로펌이나 직장에서의 유리천장도 견고했다. 여성변호사들이 법적으로 보장된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비율은 각각 88.6%, 50.1%에 그쳤다. 

가사부담을 덜기 위한 탄력적 근무시간제도, 원격ㆍ재택 근무제도 등의 경우 겨우 30% 정도만이 활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더 큰 문제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편견과 분위기다.

현재 공석인 대법관 후보 선정 과정에서 추천을 받은 여성 변호사 4명 가운데 3명이 가정 때문에 후보직을 포기한 사례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법조인으로서 최고 영예인 대법관 자리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여변호사들에게 가정의 굴레는 여전히 큰 것이다.

차미경 여성변호사협회 사무총장(변호사)는 “(여성 변호사가) 육아휴직을 못쓰는 근본적 이유는 대체근로자 고용이 어렵기 때문”이라면서 “각종 저출산 대책을 여변호사에게도 적용되도록 법이 개선되고 믿을만한 보육시설들이 갖춰지도록 국가 차원에서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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