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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꿎은 카드사 포인트만 왜 또…?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신용카드의 소멸 포인트를 재단을 통해 기부할 수 있게 하자는 정치권의 잇달은 움직임에 금융업계에서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인트 기부’라는 공익적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항공ㆍ통신ㆍ유통사 마일리지 등 다른 포인트와의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신용카드의 소멸 포인트 기부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포퓰리즘을 의식한 정치권의 편의주의적인 발상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카드 소멸 포인트 의무 기부, 형평성에 어긋난다”=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유효기간이 지나 소멸되는 신용카드 포인트가 매년 약 1000억여원씩, 최근 6년간 총 6000억여원 규모에 달하고 있다”면서 재단을 설립, 이들 소멸 포인트를 자동 기부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여신전문금융협회 관계자는 “(신용카드 포인트는) 고객이 카드사로부터 돈을 주고 직접 구매한 것이 아니라, 카드사가 판매 촉진 용도로 고객에게 제공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포인트는 카드사의 부가서비스로 볼 수 있다”며 “또, 설령 포인트를 개인의 재산으로 인정해도 단순히 소비자가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채권으로 취급해 기부 재단으로 넘기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포인트가 재산으로 인정된다면 심지어 상속이나 증여까지 가능해져 고객의 동의 없이는 포인트를 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기부와 나눔의 문화 확산’이라는 공익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유독 카드사 포인트만 의무 기부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저항이 불보듯 뻔한 통신ㆍ유통 등의 마일리지는 쏙 빼고 카드 포인트만 의무 기부하자는 것은 정치권의 편의주의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도 “공익적인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항공이나 통신 유통사 마일리지 등 타업종의 마일리지도 함께 의무 기부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소멸 포인트 일괄 기부가 의무화된다면 카드사들이 포인트 소멸 전에 고객이 다른 방식으로 소진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함으로써 자사 고객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실제 기부되는 액수가 생각보다 적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왜 유독 카드사 포인트만…또?=문제는 카드사 포인트 기부 법안 발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07년에도 황우여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쓰지 않는 카드 포인트를 원화로 환산해 휴면예금관리재단에 납부하도록’ 하는 내용의 여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철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11명이 비슷한 내용이 담긴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올 초 발의했으며,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상직 의원(새정치민주연합)도 신용카드사의 낙전수익으로 처리돼 온 선불카드 미사용 잔액을 재원으로 한 공공밴을 추진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 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포인트는 소비자 채권이 아니기에 민간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기간 말료로 폐지되거나 계루중이다.

이에 대해 여신전문금융협회 관계자는 “누구나 쓰는 게 신용카드고 사용 범위 또한 넓기 때문에 다른 포인트에 비해 구매력이 높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고객이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으면 카드사의 잡수익으로 인식되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소멸된 신용카드 포인트 금액은 6029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국내 20개 신용카드사의 포인트 기부액은 75억6600만원로, 소멸액 대비 1.26%에 불과하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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