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와 그의 장ㆍ차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벌이는 경영권 분쟁에 대해 여야 정치권이 3일 이례적으로 맹비난했다. 국민에 모범을 보여야 할 재벌이 돈싸움에 매몰돼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는 데 대한 국민적 공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차원에서 재벌의 불투명한 기업구조를 이번 기회에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영향력 있는 정치인을 중심으로 불거져 나와 재벌개혁에 대한 당위성에도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친박(친 박근혜계) 좌장’인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작심한듯 롯데그룹에 직격탄을 날렸다. 서 최고위원은 롯데의 경영권 싸움 관련, “한마디로 점입가경“”이라며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야 할 재벌그룹이 이전투구하는 모습을 연일 지켜보는 국민들은 이제 참담함을 넘어 분노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다시피 메르스 사태 이후 경제위기는 가중돼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하나가 돼 분발을 다짐하는 중요한 시기였다”며 “그러나 볼썽사나운 롯데가의 돈전쟁은 국민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롯데는 우리 국민의 삶에 가장 밀접해 있는 그룹이다. 당연히 우리 국민으로부터 가장 큰 혜택을 본 국민기업”이라며 “그러나 후진적 지배구조, 오너 일가의 정체성과 가풍 모두 우리 국민의 상식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한심한 것은 국민의 눈과 국가 경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탐욕을 위해 국민을 상대로 여론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국민에 대한 역겨운 배신행위라고도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이제라도 롯데가 정신차려야 한다. 건강한 기업 구조로 거듭나야 한다”며 “국민 기업으로서 재벌가의 처신과 가풍을 일신해야할 때다. 그렇지 않다면 롯데가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과거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고 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특히 “정부도 손 놓지 말아야 한다”며 “롯데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재벌들의 싸움이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볼 수 있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롯데그룹 사태를 놓고 재벌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롯데그룹 사태로 재벌들의 문제가 이슈”라며 “총수일가가 소수의 지분을 가지고 그룹 전체를 지배하기 위한 편법ㆍ불법을 동원하면서 재벌은 국민경제의 성장동력이 아닌 리스크로 작용한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재벌에 대한 특혜를 줬다. 총수들은 범법을 해도 사면 받았고, 감옥에서도 편의를 받았다”며 “박근혜 정부가 경제를 살리고 싶다고 한다면 노동시장 문제로 회피할 것이 아니라 재벌문제를 거론하고 살펴야 한다. 재벌개혁은 노동개혁보다 먼저, 한국경제 리스크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성원ㆍ김기훈ㆍ장필수 기자/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