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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노동개혁 외치면서 ‘열정페이’ 강요하는 국회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얼마 전 온라인 상에서는 ‘열정페이를 반대하는 정치인의 두 얼굴’이라는 게시물이 화제가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서울의 한 카페에서 ‘일일알바’ 체험을 하는 모습과, 2012년 6월께 당시 문재인 의원실에서 무급인턴 채용을 공지한 글을 나란히 비교했고 이를 본 네티즌들은 “민생정치 한다면서 자기 돈은 아낀다”는 식의 비판을 제기했다. 결론적으로 문 의원의 지시로 무급인턴 채용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며 논란도 잦아들었다.

사실 무급인턴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고용형태다. 업무경험 습득, 이른바 스펙을 쌓기 위해 무임금 또는 저임금으로 일하는 ‘열정페이’ 인턴들이 적지 않다. 해괴한 고용 계약도 성행한다. 퇴직금을 피하기 위한 11개월 짜리 계약은 당연해졌고 심지어 2개월 단위로 계약을 하는 인턴이나 비서도 있다.

정부 여당이 노동개혁 드라이브를 걸면서 여야가 모두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청년들의 시각은 냉소적이다. 그 냉소의 이유는 이처럼 열정페이와 해괴한 계약이 난무하는 국회 내 채용 행태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야당 소속 한 보좌진은 최근 기자와 만나 “의원실 몇군데만 다녀봐도 교통비랑 식비도 안되는 돈을 받는 인턴들이 적지 않다. 정상적인 인턴 월급도 수년 째 동결이다. 하지만 업무량은 만만치 않다. 의원실 인턴 대다수가 정상 퇴근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청년들의 불안한 일자리를 소리 높여 걱정하지만 실천은 뒤따르지 않는다. 2013년 8월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무급인턴 보호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무급인턴이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 근로기준법에 의거해 보호해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것이 법안의 취지다. 당시 이 법안은 언론에도 많이 보도되는 등 대중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여전히 계류 중이다. 입안 후 2013년 12월16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다뤄졌지만 질의나 대체토론도 이뤄지지 않았고 법안에 대한 설명도 서면으로 대체됐다. 그 이후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법안을 담당했던 의원실 내 담당자도 자리를 옮겼고, 검토보고서를 작성했던 전문위원도 바뀌었다. 법안의 내용과 처리 절차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 셈이다.

지난 해 9월 새정치연합 송호창 의원도, 인턴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 개선과 고용 및 복지 증진 방안을 담은 ‘인턴의 보호 등에 관한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무급인턴보호법’과 마찬가지로 이렇다 할 논의 없이 1년 가까이 상임위 계류 중이다.

상임위가 다루는 법안이 회기마다 수백개가 넘고 특히 노동 관련 법안의 경우는 노동시장의 변화에 따라 주요 법안의 우선순위가 달라 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국회가 진정 청년 일자리 해결에 의지가 있다면 목소리만 높일 것이 아니라 현실의 작은 문제들부터 하나씩 수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국회 내 해괴한 고용 계약 형태부터 바로 잡고, 수년 째 잠자고 있는 청년 고용 관련 법안을 심도있게 논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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