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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수출] 수출 7개월째 내리막길, 한국경제에 ‘네덜란드병’ 경계령…제조업 위기 심화

한국경제에 제조업 경쟁력 약화에 따른 위기를 의미하는 ‘네덜란드병(Dutch disease)’ 경고등이 켜졌다.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로 원화 절상압력이 가중되면서 수출이 감소, 제조업의 기반이 갈수록 약화한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이 2009년 글로벌 금유위기 이후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을 펼쳐 성과를 내고 있다며 한국도 뒤쳐지지 않기 위해선 제조업의 투자와 연구ㆍ개발(R&D)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네덜란드병은 원유나 금과 같은 원자재 부문 등 경제의 특정부문이 호황을 구가해 해외자본이 유입될 경우 경제의 근간이 되는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돼 경제위기를 겪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경우 지난 1959년 그로닝겐 천연가스전이 발견된 후 해외자본이 급속히 유입되면서 통화가치 절상, 물가 및 임금 상승 등으로 제조업이 서서히 몰락해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었다.


한국의 경우 경상수지 흑자 확대로 원화가치가 절상압력을 받으면서 수출이 감소, 제조업이 위기에 몰리고 있어 이런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수출 감소와 제조업 경쟁력 약화가 지속될 경우 경제 전반에 심각한 파장이 우려된다.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지난 2011년 186억달러에 불과했으나 2012년 508억달러, 2013년 811억달러, 지난해 892억달러로 급증한 데 이어 올해엔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3년 이후 3년 연속 사상최대치 경신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상반기 523억9000만달러를 기록해 작년 상반기에 비해 32.9%(129억6000만달러) 늘었다. 월간 기준으로는 2012년 3월 이후 40개월째 흑자행진을 기록한 것으로, 1980년대 후반의 38개월 연속 흑자를 넘어선 사상 최장기 흑자행진이다.

올해 연간 흑자규모는 적게는 940억달러에서 많게는 1200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940억달러, 한국은행은 980억덜라를 예상한 반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30억달러, LG경제연구원은 117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수출이 올들어 7개월 연속 감소했음에도 수입이 더욱 큰폭 감소하면서 흑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이 감소하면 원화가치가 절하(환율 상승)돼 수출에 유리한 여건이 형성돼야 하지만, ‘불황형 흑자’로 반대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이 유가하락에 따른 무역흑자 확대로 원화가 절상되면서 제조업의 수익성 저하 및 수출감소가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판 네덜란드병’ 발생 가능성을 제기해 정부와 경제계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선진국들은 환율전쟁과 함께 제조업 르네상스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작년 10월 제조업 혁신을 위한 ‘신행정 행동계획’을, 독일은 올 4월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일본은 올 6월 ‘일본 재흥전략’을 내놓으며 제조업 부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장균 수석연구위원은 “주요 제조강국의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이 진전될수록 한국 제조업의 설자리는 점점 줄어들 것”이라며 “R&D 등 제조업 투자를 확대하는 등 혁신을 가속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해준 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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