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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채나 다름없는 낙찰계’ 주의보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멕시코 교민 사회에서 한인식당을 운영하며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낙찰계’를 운영해 교민 28명에게 13억원 상당의 금전피해를 끼치고 국내로 도주한 최모(55ㆍ여)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최씨는 사업하면서 생긴 빚을 갚을 목돈을 마련하고자 계를 여러 개 조직하고 ‘계 돌려막기’를 시작했다. 

첫 번째 곗돈은 계주가 탄다는 점을 이용했다. 그러나 이같은 방법으로도 채무가 계속 불어나자 최씨는 곗돈을 떼고 도주하자고 결심하고 마지막 낙찰계를 조직했고 1억2000만원을 가지고 국내 입국를 시도하다가 결국 덜미가 잡혔다. 
맥시코 한인타운에서 교민을 상대로 낙찰계를 조직해 운영하던 계주가 곗돈을 떼어 국내로 도주하다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최씨가 국내로 들고 도주하던 현금과 낙찰계 회원 명부. [제공=서울청 국수대]

최씨가 범행에 이용한 ‘낙찰계’는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고 쉽게 계가 깨질 위험이 높아 주의가 요구된다.

친족ㆍ지인끼리 모여 정해진 순서대로 곗돈을 받기로 하는 일반적인 ‘번호계’와 달리, 낙찰계는 매달 계원들이 자신이 지불할 이자를 적어내면 그중 가장 높은 이자를 내겠다고 한 사람이 곗돈을 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혹은 금액을 적게 써 내는 사람이 그달 곗돈을 타는 방식도 있다. 일종의 경매처럼 곗돈을 ‘입찰’하고 ‘낙찰’하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나 고수익을 남기려는 돈 많은 사람들이 낙찰계를 선호한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제시하고 앞 순번에서 곗돈을 타 가고, 여유 있는 경우엔 후순위로 밀려도 되니 이자를 적게 내고 고수익을 만드는 식이다.

낙찰계 운영이 유동적인 만큼 위험부담은 더 커진다. 급전이 필요해 먼저 곗돈을 타 간 사람이 그대로 날라버릴 가능성도 훨씬 높다.

사람들 사이에서 ‘낙찰계는 사채와 다름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낙찰계를 이용한 사기는 종종 발생해 왔다.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강남 귀족계’로 불린 ‘다복회’를 만들어 운영한 계주 윤모(58ㆍ여) 씨는 대법원에서 사기혐의가 확정돼 결국 징역 3년 6개월을 살았다. 

윤씨는 계원을 모집하며 “일반 사업보다 10배를 벌 수 있고 세금도 내지 않는다”고 속여 총 148명에게 374억 원의 피해를 입혔다. 다복회 또한 낙찰계였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부산에서 낙찰계를 조직해 8억을 가로챈 혐의로 손모(59) 씨에게 징역 4년이 선고되기도 했다. 손씨도 낙찰계를 돌려막기 식으로 운영하다 악순환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경찰관들도 낙찰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한 수사관은 “돈놀이 하는 것이 꼭 사채랑 비슷한 수준”이라며 “곗돈이 클수록 먼저 쓰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져 돈 떼일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번호계를 운영하는 것과 다르게 낙찰계는 모르는 사람들이 돈 보고 몰려드는 경우가 많다”며 “계주와 중간계주, 일반계원 등 관계가 얽혀 있어 중간에 계가 깨졌을 때 법적 책임관계가 복잡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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