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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사 성추행 논란 일파만파…교원비위 온정주의가 화 키웠나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서울의 한 공립고교에서 교장을 포함한 5명의 남교사가 다수의 여학생과 여교사 상대로 상습 성추행ㆍ성희롱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교원 비위에 대한 교육 당국의 온정주의 문화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립고등학교 소속 남교사 5명은 같은학교 여학생과 동료 여교사를 상대로 성추행과 성희롱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의 성추행은 교실과 상담실, 회식자리 등에서 무차별적으로 이뤄졌다. 시교육청의 조사 결과 이들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진술한 여교사는 최소 8명, 학생은 130여명이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교육청 관계자조차 “이만큼 광범위한 교내 성범죄 사건은 없었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50대 교사 A씨는 지난해 2월 동료 교사들과의 회식 중 노래방에서 동료 여교사를 성추행한 혐의다.

다른 동료 교사들이 지켜보고 있는데다 피해 여교사가 정강이를 차는 등 강하게 저항했음에도 A씨는 피해자의 옷을 찢고 몸을 더듬었다.

피해자는 사건 직후 학교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A씨는 징계를 받지 않았다. 1년간 연가, 병가 등을 내며 버티다 올해 초 다른 고교로 전출돼 현재 정상적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역시 50대 교사인 B씨의 범죄는 더 심각하다.

그는 작년 초부터 올해 2월까지 상습적으로 여학생들을 성추행 해오다 경찰에 고발돼 현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한 학생만 현재 6명이다. 이 교사는 과학실 등에서 여학생들의 허리에 손을 두르거나 등을 쓰다듬었고, 엉덩이를 주물렀다. 심지어 옷 안에 손을 넣어 가슴 등을 만지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는 동안 교내 성폭력고충처리위원회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성고충 처리위원을 맡고 있는 C씨 역시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추행하기 바빴기 때문이다. C씨 역시 50대의 베테랑 교사였다.

시교육청 특별감사에 따르면 C씨는 최소 2명 이상의 여학생을 지난해 초부터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학생은 담임교사와 상담에서 자신이 성추행 당했다는 사실을 털어놨고 결국 시교육청에 민원이 제기되면서 알려졌다.

시교육청은 뒤늦게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C씨를 직위해제하고 형사고발 조치했다.

시교육청의 특별감사가 실시되자 또 다른 성추행 사례도 드러났다.

올해 초 이 학교의 영어교사로 부임한 50대 교사 D씨는 여학생들에게 ‘황진이’, ‘춘향이’ 등의 이름을 붙이거나 연예인과 성관계 하는 상상을 수업시간에 들려주기도 했다.

또 이 학교에 첫 부임한 초임 여교사와 기간제교사 등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기회만 되면 성희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이 교사로부터 수업시간에 성희롱을 당한 학급은 4학급,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여교사들도 최소 6명이다.

여기에 이 학교 교장 E씨 역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진술이 확보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피해를 당한 여교사들과 여학생들은 정신적 충격이 큰 상태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시교육청은 올해 4월 이 학교 성추행 사건과 관련 경찰 공문을 받고도 즉각 특별감사를 실시하지 않다가 여교사 등이 직접 민원을 제기한 뒤에야 움직이는 등 부실한 대응으로 사태 확산을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교육 당국의 ‘제식구 감싸기’식 온정주의 문화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 교원소청심사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년간 성범죄ㆍ금품수수ㆍ학생 폭행 등의 비위로 징계를 받은 교원들 가운데 42%가 소청 심사를 통해 징계를 경감받았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총 1630건의 소청 중 징계 수준이 낮아진 건수는 688건으로, 5명 중 2명은 교육 당국의 온정주의 혜택을 받은 것으로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이같은 교원비위 감경률은 2010년에는 20.7%에서 지난해 50.4%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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