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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의 검색엔진은‘디지털 비서’
“검색의 미래를 장악하는 것은 동사다.”

빌 게이츠는 “앞으로 사람들이 무엇을 알기 위해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기 위해 검색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색창에 무엇을 찾는 명사 중심의 검색어 대신 어떤 일을 곧장 처리하도록 지시하는 것이다. 가령 검색창에 ‘서래마을 르지우에서 저녁 7시에 식사 예약’이라고 문구를 입력하면 지금까지는 관련 페이지를 찾아주는 정도에 그치지만 앞으로는 바로 작업을 수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검색 엔진을 개발하는 담당이사인 스테판 바이츠는 최근 저서 ‘검색이 바꿀 미래를 검색하다’(코리아닷컴)에서 우리 주변의 모든 기기와 사물 그리고 모든 사람이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에서 검색 엔진이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 것인지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의 인터넷 검색이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도서관이었다면 앞으로의 검색은 인간의 잠재력을 능동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도구의 집합체가 된다.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이런 다기능 웹 시대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다. 가령 실시간 교통 상황을 분석해 알려주는 앱이나 조리법과 신선한 재료를 집으로 배달하는 앱, 창문 여닫힘 센서나 동작인식, 온도 감지 센서 등을 통해 사용자에게 경고 문자를 보내는 시스템 등 새로운 서비스들이 모두 인터넷과 연결돼 스마트폰에서 몇 차례 조작만으로 편하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모든 기기에 인터넷 연결기능이 증가한 데에는 ‘대화 기능’을 갖춘 기기를 제조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줄어든 것도 한몫했다. 일상의 단면을 기록하는 소형기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생산, 배포, 대체 비용이 나날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보여주는 다기능 웹 시대의 구현은 검색시스템의 진화와 관련이 있다.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원시 데이터를 확보한 검색 시스템은 이제 아무런 지시를 받지 않고도 스스로 얼굴을 식별하는 법을 찾아낸 것이다. 전통적인 검색 시스템 모형은 컴퓨터 과학자들이 프로그래밍해 속성을 입력해 주어야만 검색한 객체가 무엇인지 식별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13년 구글의 연구원들은 객체의 속성을 알려주지 않은 채 사진 속에서 어떤 물체를 찾으라는 목표를 기계에 부여했고, 기계는 스스로 그 임무를 수행한 것이다. 이는 시스템이 특정 대상을 인지하는 법을 어떻게 배웠는지 구글 연구원들이 더 이상 설명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관련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데이터휴대용 기기들의 경우 지금은 휴대폰을 통해 웹과 연결되는 방식을 취하지만 차세대 기기들은 휴대폰이 없어도 웹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다기능 웹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검색의 미래는 한마디로 ‘검색할 필요조차 없게 만든 검색’이다. 사용자의 상태를 인식해 시스템이 알아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우선 검색창에 일일이 글자를 입력하지 않아도 사용자가 엔터를 치기도 전에 사용자의 의도에 맞는 검색어를 자동으로 완성하는 게 가능해진다.

저자는 또 현재 구글나우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같은 검색 시스템이 이미 키워드가 아닌 ‘상태의 변화를 자극으로 인식’한다는 점도 들려준다. 사용자가 명시적으로 지시하는 요구(예를 들어 ‘웃긴 고양이 사진을 찾고 싶어’)보다는 목표(‘한바탕 웃고 싶어’)를 설정해 시스템이 알아서 타당한 조치를 취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문자와 음성 뿐만아니라 동작인식기술 등 다양한 기술이 접목돼 시스템이 온갖 형태의 입력 정보를 알아차릴 수 있어야 가능하다. 그럴 때 검색 시스템은 그 정보들을 종합해서 인간처럼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며 인간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게 된다.

검색시스템과 수많은 앱을 연결하는 것도 진행중인 과제다. 저자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은 검색 시스템이 우리 대신 일을 처리하는 시대로 가기 위한 과도기 단계일 뿐이라고 말한다. 웹상에 어떤 애플리케이션이 있고 그 애플리케이션들이 무엇을 하고 또 어떻게 해당 애플리케이션과 소통하는지 검색엔진이 파악할 수 있는 일관된 방법을 개발하는 게 검색엔진 회사들의 당면 과제라는 것이다. 가령 휴대폰 충전 케이블을 집에 놓고 왔는데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오후에는 공항에 가야 한다고 할 때, 현재로서는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심부름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찾아 설치한 뒤 서비스에 등록하고 결제방식을 설정하고 지불하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지만 앞으로는 “내가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까지 휴대폰 충전 케이블을 손에 넣어야 한다”고 검색 시스템에 말하기만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현실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접착제 역할을 차세대 검색기능이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스타트랙’ 수준에는 못미치지만 지금은 신기하게 여겨질 기술이 5년 내에 구현될 것이란 예측이다. 그러나 검색의 황금시대가 도래할 지는 미지수이다. 인공지능 킬러로봇에 대한 우려와 마찬가지로 세계의 모든 정보를 인지하고 통찰력을 제공하는 검색의 위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에 따르면 이는 필연적이다. 즉 인간과 기계가 공생관계를 이루는 패러다임으로의 입구에 우리가 서 있다는 사실이다. 기술개발자로서 바이츠는 낙관적 전망 쪽에 선다. 기술의 힘이 더 행복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건설하는데 쓰일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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