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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보그(Eyeborg)’를 단 사이보그, 닐 하비슨을 아시나요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영국작가 닐 하비슨(Neil Harbisson)은 흑백으로만 세상을 보는 전(全) 색맹이다. 그는 색을 인지해 소리 파장으로 변환할 수 있는 아이보그(Eyeborg) 안테나를 뇌에 영구 이식했다. 스스로 ‘사이보그(Cyborgㆍ생물과 기계장치의 결합)’가 된 것.

피아니스트 출신인 하비슨은 이 안테나로 360개의 색을 스캔해 소리로 듣고, 이 소리를 다시 색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 장면이나 저스틴 비버의 노래 ‘Baby’도 색으로 표현했다. 시각과 청각의 융ㆍ복합 작업인 셈이다.

닐 하비슨(왼쪽) 작업 장면. [사진제공=사비나미술관], 닐 하비슨이 오바마 대통령 연설 장면을 컬러로 바꾼 작품. 2013 [사진제공=사비나미술관]

하비슨은 이와 관련한 무료 어플리케이션도 개발했다. 플레이스토어 등에서 ‘Eyeborg’를 내려받아 실행시키면, 색을 소리로, 이를 다시 색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해 볼 수 있다.

타 장르와의 융ㆍ복합 미술 전시를 선도하는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ㆍ서울 종로구 율곡로)이 국내 미술 전시로는 처음으로 하비슨을 소개했다.

사비나미술관이 ‘색’을 주제로 여름 기획전을 열었다. 심리학, 과학 등 색과 관련한 학문을 미술 영역으로 끌어들인 전시다. 타이틀도 ‘컬러 스터디(Color study)’로 잡았다. 단순히 색을 보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색에 대한 탐구가 전시의 골자다. 

2층 전시장 전경. [사진제공=사비나미술관]
베르나르 포콩 ‘연못(Le bassin)’, 60×60㎝, 프레송 프린트, 1990 [사진제공=사비나미술관]
샌디 스코글런드 ‘금붕어의 복수(Revenge of the goldfish)’, 70×101㎝, 1981 [사진제공=사비나미술관]
하이브의 ‘Project Scriabin’, 터치스크린, PC, LED, 디지털피아노 등 가변설치, 2015 [사진제공=사비나미술관]

보색 대비가 강렬한 샌디 스코들런드, ‘베르나르 포콩의 ‘미장센 포토(연출사진)’ 작품 등 전시장을 채운 원색이 시각적으로도 청량감을 주지만, 작품 하나하나 뜯어보면 거의 강박에 가까운 색 탐구 작업들이 흥미를 자극한다. 하비슨은 물론 국내 작가 문형민, 박미나 씨의 작업이 그렇다.

문형민 작가는 잡지에서 단어들을 추출해 통계로 만들고 색 띠로 변환하는 작업을 통해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트렌드를 분석해 왔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사비나미술관의 기획전시 도록 21권을 분석했다. 총 1만285개 문장, 17만1729개 단어를 집계했고, 이중 상위 10개 단어를 빈도수 비율에 따라 스트라이프 형태의 색면으로 분할해 미술관 한쪽을 칠해놨다.

박미나 작가는 미술재료를 만드는 제조사들의 색연필을 끌어모아 색을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같은 검은색인데도 미묘한 차이가 나는 것을 통해 소비사회의 ‘기능성 질서’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사비나 전시에서는 제조사 2곳의 12색 색연필로 색칠공부 노트를 칠한 작업을 선보였다.

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색 체험에 대한 이론적 접근을 시도한 것도 있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의 ‘플레이 메이커즈 랩’과 카이스트(KAIST) 산업디자인학과 색채연구실이 전시에 참여했다. 특히 카이스트 연구실 주성욱 씨가 선보인 ‘반대색상’이 독특하다. 식탁 위에 음식 모형을 올려 놓았는데, 파란색 달걀 프라이, 녹색 연어 구이, 분홍색 키위 같은 식이다. 연구실은 낯선 색에 대한 관람객의 시각반응을 수집해 향후 연구 보고서로도 낼 예정이다.

전시는 10월 23일까지 볼 수 있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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