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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7일간의 세계여행] 45. 해발 5000m 붉은 일출…화산 뚫고 칠레를 만나다
[헤럴드경제=강인숙 여행칼럼니스트] 새벽 4시, 졸린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한 채 지프에 오른다. 오늘은 우유니 사막투어 2박3일의 마지막 일정이다. 늦게 잠들어서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자니 밀려드는 피로를 숨길 수 없다. 지프의 동행들도 다들 하품을 연발하며 차에 오른다. 졸다 깨다를 반복하는 동안 지프는 볼리비아의 고원을 오르고 있다. 비몽사몽 하다가 간신히 잠의 나락으로 빠져 드는구나 싶을 무렵, 누군가가 어깨를 흔든다. 푹 잠들려는 순간이라 귀찮아져서 찡그리며 실눈을 뜨다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자세를 고쳐 앉는다.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고원의 황량한 황토색 능선이 그 뒤로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목전에서 불타고 있다. 붉은 태양이 건조하고 적막한 고원을 물들인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다시는 보지 못할 일출이다. 지프는 해발 5,000m의 고원을 달리는 중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바위틈에서 화산가스가 하얗게 솟아오른다.

해발 5,000m 화산지대의 간헐천에 다다른다. 아직 오전인데 벌써 도착해 몸을 담그고 있는 여행자들도 있다. 잠을 못자서 부은 얼굴로 바지만 걷어 올린 채로 가장자리에 앉아 발을 담근다. 아침 고지대의 한기가 온천의 열기에 천천히 사그라진다.



볼리비아에서 시작한 2박3일 우유니투어는 국경을 넘어 칠레에서 끝난다. 마지막으로 녹색 호수(Laguna Verde)를 보고 곧바로 국경을 넘어 칠레 아따까마 사막으로 가는 일정이다. 2박 3일을 함께한 지프를 볼리비아로 돌려보내고 출입국 심사를 받는다. 칠레 입국 도장을 받고 버스에 올라 바라보는 풍경은 같은 황량한 고원이지만 이제부터는 볼리비아가 아니라 칠레 땅이다. 해발 5,000m를 정점으로 고도가 점점 낮아진다. 칠레의 사막마을 산페드로데아따까마(San pedro de Atacama)로 내려온다. 이곳은 해발 2,500m, 이제 고산족이 된 듯 이 정도의 고도에는 편안함마저 느껴진다.



숙소를 찾아 짐을 풀고 깨끗이 샤워를 하고 소금과 먼지에 찌든 옷들을 세탁서비스에 맡긴다. 살 것 같다. 피곤한 몸을 쉬다가 편안해진 마음으로 슬슬 거리로 나간다. 분명히 볼리비아와 비슷한 사막인데도 칠레쪽 풍경은 다르다. 산 페드로 거리는 여행자 시설이 너무나 잘 갖추어져 있고 좁은 골목에는 예쁘고 세련된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결정적으로 물가가 너무 비싸다.

찜질방에라도 들어온 것 같은 한낮 사막의 뜨거움에 거리에는 인기척이 별로 없다. 칠레 화폐가 없어서 곳곳에 늘어선 환전소 중에서 환전율이 좋은 곳을 찾아 환전을 한다. 번듯한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가 골라먹는 아이스크림은 볼리비아 고원마을에서 먹었던 조잡한 아이스크림과는 비교가 안 되게 부드럽고 달콤하다. 그러나 가격도 볼리비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싼 것이 함정이다. 한국을 떠나 여행하고 있는 나라가 인도와 페루, 볼리비아였으니 내 여행길이 얼마나 저렴했는지 칠레로 들어오는 국경을 넘자마자 실감한다.

중앙시장에 들러 과일을 사고 시장 구경을 한다. 노점 옆의 의자에 앉아 칠레에서 꼭 먹어봐야할 전통음료라는 모떼꼰우에시요(Mote con Huesillo)를 마신다. 식혜 같은 모양에 밀과 옥수수가 들어간 복숭아 음료라 시원하고 맛도 좋다. 역시 시장구경이 제일 재미있다. 땡볕이라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장을 어슬렁거린다.



시장을 나와 비포장도로를 걸어 아르마스 광장 근처로 걸음을 옮겨본다. 작은 마을의 교회와 박물관을 기웃거리는 사이에 해가 진다. 뜨거움이 사라진 사막의 작은 마을, 좁은 골목으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거의 모두가 여행자들이다. 이곳이 칠레에서 볼리비아로, 혹은 볼리비아에서 칠레로 가는 관문이라서 여행자들이 많은 것이다.

해발 2,500m 사막의 여행자 마을은 아기자기하게 예쁘고 하늘엔 별이 총총하지만, 어딜 가도 비싼 물가와 여행자들이 넘쳐나는 거리가 반갑지는 않다. 어두워진 길을 더듬어 치킨 샌드위치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온다. 와이파이도 잘되는 숙소 식당은 테이블도 넉넉해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 식사를 한다.

소금사막을 횡단하고 산을 넘고 각색의 호수들을 지나서 국경까지 넘어 찾아온 아따까마는 아직도 해발 2,500m다. 며칠째 건조한 고산지대를 누비는 몸은 물먹은 솜처럼 늘어지지만, 밤마다 쏟아지는 별빛은 그 피로를 잊게 한다.

정리=강문규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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