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바람난과학] 따뜻한 로봇이 백악관 간 날
[HOOC=이정아 기자] 지난 22일 미국 백악관 전속 사진사 피트 수아자(Pete Souza)의 SNS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과 바퀴 달린 길쭉한 로봇이 마주 보고 있는 사진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 로봇, 오바마 대통령과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이 꽤 친근해 보입니다.

지난 22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원거리 영상 로봇을 백악관에 초청했다. [사진=피트 수아자 인스타그램]

미국 장애인 법이 제정된 지 25주년을 맞았던 이날 원거리 영상 로봇이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을 만나기 위해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백악관에 찾았습니다. 시각장애인 권리단체 DVP 창업자인 앨리스 왕과 오바마 대통령을 원격으로 연결해주기 위해서였죠. 처음으로 백악관에 초청된 로봇이었습니다.

이 로봇은 몸이 불편한 앨리스 왕을 배려한 또 다른 신체입니다. 앨리스 왕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담아내 모니터로 출력, 직접 대면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 같은 몰입감을 제공하는 기계라는 말인 것이죠.

그런데 원거리 영상 로봇은 단순히 원거리를 이어주는 ‘기계’가 아닙니다. 로봇의 시선과 몸체를 빌려 실시간으로 이동할 수도 있고 또 미리 프로그래밍한 대로 로봇이 특정 동작을 하도록 설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 로봇은 공감의 도구입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일화가 있는데요.




미국 캔자스시티에 사는 14세 소년 닉 르그랜드. 그는 재생불량성 빈혈(aplastic anemia)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면역 체계가 약해져 더 이상 야구장을 찾을 수 없었죠. 이런 소식을 접하게 된 구글은 닉이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공간에 흙과 잔디로 야구장을 만들었습니다. 직접 시구를 할 수 있게끔 말이죠.

이곳에서 닉이 던진 공의 구질과 속도 정보는 디지털 신호로 처리돼 2900㎞ 떨어져 있는 야구장에 있는 원거리 영상 로봇에게 전달됐습니다. 로봇은 프로그램된 대로 공을 던졌고 오클랜드의 구원투수 라이언 쿡이 그 공을 성공적으로 받아냅니다. 

당시 닉의 성공적인 시구를 지켜본 오클랜드 구장의 4만 명 관중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로봇과 기술이 그저 차가운 수학 공식으로 점철된 ‘논리’가 아니라 ‘사랑’이며, 로봇을 만드는 건 결국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믿지 않았을까요?

과학기술이 하나하나 더해질 수록 사람입니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사람과 감성이 융합된 따뜻한 기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 TED 강연 무대에 선 에드워드 스노든. 그는 원거리 영상 로봇으로 등장했습니다. 



dsu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