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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례사 5만~20만원”씁쓸한 결혼 풍속
“지인에 주례부탁 돈 더들어”…20~30대, 주례대행 의뢰 증가


‘주례 20만 원’ ‘퇴직공무원으로 7만원’ ‘후불제로 마음에 안 들면 돈을 받지 않습니다’

결혼식에서 존경하는 어른에게 부탁하던 ‘주례사’가 5만~20만 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일부 웨딩전문업체에서 주례협회를 통해 주례를 대신 섭외해주던 일은 종종 있어왔지만 최근엔 결혼 정보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관련 업체들이 우후죽순 섭외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예비부부의 앞날을 위해 덕담을 해 준다’주례의 의미가 퇴색됐다며 ‘주례없는 결혼식’도 성행하고 있다.

실제로 24일 기자가 직접 결혼관련 커뮤니티에 ‘주례를 구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자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10여 곳의 업체로부터 메일과 쪽지가 발송됐다.

대개 업체들은 5만 원~20만 원 선의 금액을 제시했고 ‘일본어, 영어 가능’ ‘퇴직 공무원’ 등 주례대행자의 스펙을 경쟁적으로 홍보했다.

일부 업체는 “프로필과 그동안 일했던 샘플 영상 등을 보내준다”며 “후불제로 진행하고 있으며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돈을 받지 않겠다”는 파격 제안을 하기도 했다.

주례 대행은 최근 예비부부들은 대학 교수 등 지인에게 주례를 부탁하러 다니는 절차를 생략하고자 전문업체에 대행을 맡기는 일이 많아지면서 등장했다.

실제로 많은 예비부부들은 결혼을 준비하면서 주례를 구하는 일 때문에 곤란함을 느낀다.

최근 대부분의 20대~30대들은 대학 교수와의 관계가 긴밀하지 않은 데다, 주례 자체를 중요하지 않은 형식 중 일부로 보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해 대행업체에 주례를 섭외해 결혼한 한 여성은 “아는 분께 주례를 맡기면 여러 번 부탁을 드려야 하고, 예식 후 답례 선물을 주는 등 오히려 돈이 많이 든다”며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주례사에 돈과 노력을 들이는 게 아깝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례 대행을 의뢰하는 예비부부가 늘어나면서, 대행업체에서는 주례의 단가를 낮추고 외국어실력 등의 스펙을 강조하며 경쟁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00기업 사장’ ‘퇴직공무원’과 같은 직급 홍보는 물론이고, ‘00호텔 주례경험’과 같은 경력도 스펙이 된다.

국제 결혼에 대비해 ‘영어, 일어 가능 주례자 보유’와 같은 문구를 내세우는 업체도 있다.

한 대형 결혼전문업체 관계자는 “요즘 결혼준비를 하는 상당수의 젊은 예비부부들은 사회를 봐 줄 친구나 주례를 해 줄 지인을 찾는 걸 어려워하고, 일부는 하객 수를 채우지 못해 노심초사하기도 한다”며 “젊은 사람들은 결혼식 자체를 허례허식으로 느껴 가능하면 절차를 간소화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모든 걸 대행업체에 맡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엔 전문 사회자를 통한 ‘주례없는 결혼식’도 유행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주례, 축가, 사회’ 패키지를 만들어 판매하는 풍경까지 벌어지고 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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