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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약 사이다'범행동기는 화투싸움?... "그럴 사람 아닌데"
[헤럴드경제]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의 파의자 박모(82)씨가 사건 전후에 보인 행적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사건 발생 후 1주일간 다각도로 수사에 나서 박씨가 보인 수상한 행동, 범행동기를 추론할 만한 내용 등을 확보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법원은 경찰의 손을 들어줘 박 할머니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범행동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경찰이 제시한 정황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날 할머니들끼리 화투를 치가다 말다툼을 벌였다는게 전부다. 화투싸움이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독극물 사건으로 비화했는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경북 상주경찰서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피의자 박씨는 사건 발생(14일) 바로 전날인 지난 13일 마을회관에서 피해할머니들과 어울려 소액을 건 화투를 하다 이중 1명과 다퉜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뒤 다음날 오후 2시를 전후해 박씨와 피해할머니 6명은 마을회관에 모두 다시 모였다.

이날 피의자 박씨는 오후 1시 9분께 집밖을 나와 평소 다니던 길이 아닌 마을회관 우회도로 방향으로 이동했다. 이 길을 따라 마을회관에 도착하려면 전날 자신과 다퉜던 피해 할머니 집을 지나게 된다.

오후 2시 43분께 박씨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이 마을회관 안에 있는 냉장고에서 사이다를 꺼내 마시고 연달아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중 신모(65) 할머니만 자리에서 일어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문밖으로 나왔다.

박 할머니도 신씨를 뒤쫓아 문밖으로 나왔고 마침 마을회관으로 들어오던 또 다른 박모(63·여)씨가 이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신고자 박씨는 남편인 마을 이장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려 집으로 다시 갔다.

신씨는 마을회관 옆 가건물과 피의자 박씨가 평소 타고 다닌 전동스쿠터를 세워둔 사이 공간에 쓰러졌다. 처음 온 사람들 눈에는 잘 띄지 않는 장소다.

구급차 블랙박스 등을 분석한 결과 박씨는 119구급차가 마을회관 진입로로 들어서는 순간 구급차를 힐끗힐끗 바라보며 마을회관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또 3분쯤 지나 구급차가 쓰러진 신씨를 태우고 마을회관 입구를 빠져나갈 때에는 피의자 박씨가 회관 앞 계단에 걸터앉아 구급차 반대편쪽 산을 바라봤다.

경찰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구급차가 왔으면 신씨가 쓰러진 곳과 추가 피해자 여부 등을 구급대원들에게 적극 알려야 하는데 피의자 박씨는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떠나기 전까지 단 한번도 눈을 마주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50여분쯤 뒤 이장이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이미 나머지 할머니 5명 중 4명은 거실에서, 1명은 주방에서 토사물과 거품 등을 내뿜은 상태로 각각 쓰러져 있었다. 이장 신고로 출동한 구급차가 이들을 병원으로 옮겼다.

경찰은 피의자 박씨가 직접 살충제 원액을 다뤘다는 유력 증거도 내놨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박씨가 입었던 상·하의, 전동스쿠터 손잡이 등에서 사이다에 든 살충제와 성분이 똑같은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이를 두고 피의자 가족은 “피해 할머니들이 내뱉은 거품과 토사물을 닦아주다 묻은 것이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숨진 할머니의 위액, 토사물 등 타액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경찰은 지적했다.

또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곳도 바지 주머니 안쪽, 바지 밑단, 상의 단추 부분 등으로 피의자 박씨나 가족들 주장처럼 토사물을 닦은 곳이라고 보기 힘든 부분들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감식 결과를 볼 때 피의자 박씨가 사이다에 탄 살충제 원액을 직접 다룬 것이 확실하다”며 “프로파일러들을 투입한 결과 피의자는 과거 생활에서 겪은 어떤 일들 때문에 분노 등 감정을 한꺼번에 폭발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고 밝혔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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