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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에어백 오작동 신고 5년간 270건…결함 판정은 0건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최근 5년간 정부 기관에 접수된 자동차 에어백 오작동 신고 270건 가운데 ‘결함’ 판정이 난 것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기관 측은 “공정하게 조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와 전문가들은 차량이 거의 완파된 경우에도 에어백이 펼쳐지지 않은 사례 등을 들며 조사의 객관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5년간 오작동 신고 270건…4년새 3배= 20일 본지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교통안전공단과 한국소비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2014년 두 기관에 접수된 자동차 에어백 오작동 신고건수는 총 270건이었다.

연도별로 신고건수는 2010년 29건, 2011년 40건, 2012년 55건, 2013년 54건, 2014년 92건 등으로 4년 사이 3배 넘게 늘어났다.

‘오작동’이란 에어백이 터져야 할 때 터지지 않거나, 반대로 터지지 않아야 할 때 터진 경우를 가리킨다.

신고가 많은 차량은 국산차의 경우 아반떼(25건), SM5(21건), 모닝(18건), 그랜저(15건), 쏘나타(13건), 투싼(13건), 스파크(12건), 스포티지(11건), 싼타페(10건), 쏘렌토(7건) 등의 순이었다.

수입차는 아우디(4건), 벤츠(3건), 혼다(3건)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교통안전공단과 한국소비자원은 “신고가 많다고 해서 해당 차량의 에어백에 문제가 있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며 “판매대수, 등록대수, 차량년식, 신고내용 등 다른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자동차 에어백 오작동 신고를 교통안전공단 결함신고센터와 한국소비자원 등 두 군데에서 접수하고 있다.

소비자원은 신고 접수만 처리하고, 일부만 공단 결함신고센터로 넘기고 있다. 국내에서 에어백 결함 조사는 공단 결함신고센터 한 곳에서만 진행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공단 결함신고센터는 소비자원이 접수한 신고를 모두 넘겨받아 조사를 해야 하지만, 일부만 넘겨받아 조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270건 중 결함 판정 0건…“공정성 의문”= 주목되는 부분은 5년간 공단 결함신고센터가 조사한 에어백 오작동 신고 가운데 ‘결함’ 판정이 난 것은 단 한건도 없다는 사실이다.

공단은 2010∼2014년 조사한 에어백 오작동 신고 185건 가운데 ‘조사 중(기술분석조사 등)’이 3건, ‘모니터링 중(전화조사, 현장조사 등)’이 53건, ‘특이사항 없음(결함 없음 판정)’이 129건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소비자원과 공단을 통틀어 5년간 쌓인 에어백 오작동 신고 270건 가운데 단 한 건도 결함 판정이 나지 않은 것이다.

공단은 “공정하게 조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신고 중에는 에어백이 펼쳐지지 않을 상황인데도 오작동이라고 신고를 하거나, 실제 충격을 받아 에어백이 펼쳐졌는데 잘못 펼쳐졌다고 신고한 사례 등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자와 전문가들은 조사의 객관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차량 간 충돌 각도와 속도로 미뤄 확실히 에어백이 반응해야 할 경우에도 에어백이 전개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며 “‘결함 0건’이라는 조사 결과는 운전자들이 쉽게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소비자원이 본지에 공개한 에어백 오작동 신고 사례를 보면, 운전자들이 에어백 작동에 대한 오해와 착각으로 신고를 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한 예로 2011년 12월 자동차를 구입한 A씨는 2012년 1월 1일 해돋이를 보고 귀가 중 앞차와 충돌 후 가드레일에 2∼3차례 부딪히면서 폐차해야 할 정도로 차량이 크게 부서졌다. 그러나 운전석, 조수석의 에어백이 전개되지 않았다. A씨는 제조사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제조사가 정밀검사 및 테스트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에어백의 센서와 충돌 부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며 원인규명을 소비자원에 요구했다.

소비자들 분통 “조사 과연 공정한가”= 자동차 관련 국내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의 게시판에는 지난 6월 4일 심각하게 파손된 차량의 사진이 올라왔다.
지난 6월 자동차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사진. 차주의 아들이라는 글쓴이는 지난 1월 4일 오전 8시 40분께 경남 진해시 진례IC 진입 구간에서 22.5톤 차량이 BMW 후미 부분을 충격해 차량이 거의 완파됐으나 에어백은 전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차주의 아들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 B씨는 지난 1월 4일 오전 8시 40분께 경남 진해시 진례IC 진입 구간에서 22.5톤 차량이 아버지가 타고 있던 BMW 후미 부분을 충격해 차량이 거의 완파됐지만, 에어백은 전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제조사에 문의 결과 “차량에는 아무런 결함이 없다”고 전해왔다고 글쓴이는 주장했다.

반대로 에어백이 터지지 않아야 할 상황에 터졌다는 글도 심심찮게 올라왔다.

C씨는 지난 1월 10일 동네마트 주차 후 키를 뽑는 순간 ‘꽝’ 소리가 나면서 에어백이 터졌다면서 “고속도로 운전 중 에어백 터졌으면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조사 측에서는 차량 밑 부분에 충격이 있었기 때문에 에어백이 전개된 것이라며 오작동 부인했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이 커뮤니티에서는 “에어백 센서가 작동하게끔 각도를 맞춰서 충돌을 해야 한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출처=교통안전공단, 한국소비자원]

운전자 최모(39)씨는 “차량 급발진 문제가 제대로 조사되고 있지 않은 것처럼, 조사를 하는 기관이나 자동차 회사들이 서로 봐주기 식으로 일관해 문제를 덮고 있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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