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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난과학] 뉴호라이즌스의 끝나지 않은 항해일지
[HOOC=이정아 기자] “베일에 쌓였던 명왕성이 인류의 품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14일 오후 8시49분57초, 무인 탐사선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 밖 1만2500㎞에 도착했습니다. 2006년 1월 발사 후 태양계 끝자락으로 56억7000만㎞를 나아간 뒤 얻은 성과입니다. 9년 6개월 만. 역대 최근접 기록입니다. 탐사선 이름처럼 우주탐사의 ‘새 지평(뉴 호라이즌ㆍNew Horizon)’이 열렸습니다.

뉴호라이즌스가 명왕성의 최근접점을 지날 때 탐사선의 비행 속도는 초속 약 14㎞였습니다. 1시간 이내에 지구 주위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속도죠. 엄청난 속도로 탐사선이 지구 지름의 0.18배 만한 크기인 명왕성 곁을 지나쳤기 때문에 이번 임무의 난이도가 ‘미국 동부에서 친 골프공이 서부 로스앤젤레스 골프장에 홀인원한 것과 같다’는 해석이 뒤따르기도 합니다. 명왕성의 최근접점 통과를 알리는 10초 카운트다운이 종료된 순간,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 연구실과 미국 우주항공국(NASA) 연구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탐사선이 제 몫을 다했음을 축하했습니다. 

사진은 지난 13일 뉴호라이즌스가 촬영한 명왕성(좌)과 카론(우)의 모습. 서로 다른 구성 성분과 특징이 표면의 색상으로 나타났다. 뉴호라이즌스에 탑재된 가시광선ㆍ적외선 이미지 분광계인 랠프(Ralph)가 촬영한 사진. [사진=NASA]

일단 명왕성의 지름은 한반도의 2.3배 길이인 2370㎞(±19㎞)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기존 추정치보다 80㎞가 더 긴 것인데, 나사는 이에 대해 “이는 명왕성 밀도가 과거 예측치보다 낮고 내부에 얼음조각이 더 많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명왕성의 북극은 예상대로 메탄과 질소, 얼음으로 이뤄져 있었고 질소는 예상보다 많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메탄은 탄소와 수소가 결합된 기체입니다. 둘은 생명체의 필수성분이죠.

명왕성과 카론 사이를 비행하고 있는 뉴호라이즌스는 축구장 절반 크기인 지름 60m의 물체까지 분간할 수 있는 고해상도 사진을 지구로 전송했고, 나사는 조만간 이 사진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다만 지구에서 명왕성까지 거리는 빛의 속도로 가더라도 4시간30분이 걸리는 48억여㎞ 거리에 있어 교신을 하는데 9시간 정도가 소요되고 있습니다. 지구가 뉴호라이즌스가 보내온 사진과 정보 등을 모두 받는 데는 16개월이 걸릴 것으로 추정됩니다.

무인 탐사선 뉴호라이즌스가 9년 반 동안의 여정 끝에 명왕성에 가장 가깝게 접근했다. 1930년 처음으로 발견된 뒤 ‘저승의 별’로 불린 명왕성에 대한 갖가지 비밀도 곧 풀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13일 뉴호라이즌스가 촬영한 명왕성의 모습. [사진=NASA]

명왕성과 멀어진 뉴호라이즌스의 모험이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태양계 끝자락으로 나아간 보이저 1호, 2호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뉴호라이즌스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태양계 외곽의 카이퍼벨트를 항해합니다. 카이퍼벨트에는 태양계가 태어날 때 쓰이고 남겨진 소행성이 모여 있습니다. 탐사선에는 원자력 전지(RTG)가 탑재돼 있기 때문에 운이 좋다면 2030년 이후에도 정보를 계속 보내줄 지도 모릅니다.

한때 ‘수(성)ㆍ금(성)ㆍ지(구)…’와 함께 행성으로 불렸지만 2006년 8월 행성 지위를 박탈당한 비운의 천체 명왕성. 그리스 신화 속 최고 신인 제우스의 형이자 저승의 신인 명왕성은 과연 어떤 얼굴을 가진 난쟁이 행성이었을까요. 더 나아가 뉴호라이즌스는 저승의 신이 다스리는 세계에서 45억 년 전 태어난 태양계의 비밀을 풀어낼 수 있을까요. 그 베일이 벗겨지는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페이스북 [바람난과학] 페이지에 오시면, 더 많은 우주 이야기와 우주 영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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