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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 이라고 다같은‘물’이 아니다
먹는샘물시장 한해 10%씩 성장 국내 브랜드만 100여개…약알칼리성에 미네랄 함유량 많은 물 마셔야 건강 도움
직장인 김모(38) 씨는 오늘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갈증을 느껴 홍삼원액 한 포를 뜯어 마셨다. 아침 식사도 거르고 서둘러 나선 출근길에선 허기를 달래기 위해 편의점에서 산 오곡시리얼우유를 한잔 마셨고, 회사에 들어가기 직전 커피전문점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샀다. 거래처 사람들과 점심 식사 후 커피 한 잔을 더 마신 그는 저녁에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야구 경기를 보며 가볍게 500㎖ 생맥주를 두 잔 했다. 오늘 하루 이렇게 마신 양만 2ℓ에 가깝지만 이상하게도 김 씨는 하루종일 갈증이 씻기지 않는다.

바야흐로 마시고, 마시고 또 마시는 시대다. 커피를 1인당 연간 338잔이나 마셔 주식인 쌀보다 더 자주 소비하고,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해마다 400억~500억원씩 규모가 불어 9000억원대를 바라볼 정도에 이르렀으며, 주스 시장도 1조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김 씨의 경우처럼 현대인의 갈증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이유는 김 씨가 마신 것들에 있다. 일어나서 마신 홍삼원액과 출근길에 마신 시리얼우유는 성분이 세포들에 잘 전달되려면 훨씬 많은 양의 수분을 필요로 한다. 두 잔이나 마신 커피에는 카페인이 들어 있어 신장을 자극해 음료를 통해 흡수한 수분보다 더 많은 양의 수분을 몸 밖으로 배출시킨다. 이는 다른 종류의 차 역시 마찬가지다. 한 실험에 따르면 물 2000㎖를 마신 경우 소변량이 1650㎖라면, 녹차는 2400㎖, 옥수수차는 2100㎖였다. 퇴근 후 마신 술에 함유된 알코올 역시 카페인과 같은 작용을 한다.

마시면 마실수록 몸 속의 수분은 더욱 부족해지는 묘한 역설에 처해 있는 것이다. 도처에 마실 것이 넘쳐나지만, 결국 기본인 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 부족 신체에 나타나는 변화들


우리가 갈증을 느끼는 때는 이미 체내에서 수분이 많이 빠져나가 몸이 건조해진 상태다. 그리고 이는 몸에 많은 이상을 불러온다.

대표적인 것은 어지럼증이다. 수분이 부족하면 혈액의 양이 줄어들어 혈압이 떨어지고, 뇌로 가는 혈액의 양도 줄어들어 일종의 뇌허혈 증상이 생긴다. 뇌 속의 수분이 부족해져서 어지럼증이 생기는 것이다.

또 고혈압과 동맥경화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혈액 속의 수분이 빠져나가면 혈액이 끈끈해지는데, 이 경우 혈액 속의 적혈구가 더 잘 뭉쳐 혈전을 만들기 쉽고 이는 심장마비의 원인이 된다. 간혹 사우나를 하다가 뇌졸중으로 변을 당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는 끈끈해진 혈액이 두뇌 속의 혈관을 막기 때문이다.

소화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수분이 부족하면 소화 과정에서 많은 물을 사용하는 소화기관은 무기력해질 수 밖에 없다. 음식은 물에 의해 용해되고, 영양 성분 단위로 쪼개져 물을 통해 수송되며, 이를 다시 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에서도 물이 필요한데, 몸이 건조하면 이러한 과정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특별한 이유없이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된다면 수분 부족으로 인해 에너지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은 아닌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밖에 수분을 통한 체온 조절에 문제가 생겨 몸에 열이 나고, 내장 지방이 축적돼 뱃살이 늘고, 괜시리 짜증이 나고 우울해지며, 뇌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기억력도 감퇴한다. 몸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것도 수분이 노폐물을 적절하게 배출하지 못해 그 농도가 진해지기 때문이다.



어떤 물을 마셔야 좋을까

물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생수시장은 매년 10%씩 커지고 있으며, 수많은 업체들도 이 시장을 잡기 위해 뛰어들고 있다. 환경부가 발표한 ‘먹는 샘물 제조업체 허가 현황’에 따르면, 2014년 12월 기준 국내 생수 제조업체는 65개이며, 수원지 역시 65곳에 이른다. 65곳의 수원지에서 생산하는 생수 브랜드만 100여개다. 최근에는 커피전문점 이디야도 생수 경쟁에 가세했다. 여기에 63개의 생수수입판매업체로 등록된 63개 업체가 해외에서 들여오는 제품까지 감안하면 약 200여개의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좋은 물을 가르는 몇가지 기준은 있다.

첫번째는 물의 산성도(pH)다. 전문가들은 우리의 몸이 산성도를 띠고 있기 때문에 이를 중화하기 위해 약알칼리성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세계적인 장수촌으로 유명한 파키스탄 훈자, 에콰도르 빌카밤바 등의 물은 약알칼리성을 띠고 있다. 일반적으로 ‘순수하다’는 의미에서 중성인 ph 7.0의 증류수는 도리어 몸에 해를 끼치는 독약과 마찬가지다. 증류수에 물고기를 넣으면 용존산소가 없어 몸부림치다 죽어버릴 정도라고 한다.

두번째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물 속 미네랄 함유량이다. 미네랄은 우리 몸의 4%를 차지하지만 몸 안에서는 생성되지 않아 반드시 음식이나 물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일본 아카야마현의 산간벽지에서 나타난 ‘무로병’이라는 병은 미네랄이 부족할 경우 나타나는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병에 걸리면 뇌와 척추 기능이 상실되고 결국에는 음식물을 삼킬 수도 없을 정도로 근육이 쇠약해지게 된다. 학계에서 그 분석한 결과, 원인은 인근에 흐르는 물이 너무나 깨끗해서 미네랄 성분마저 포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땅에 스며든 빗물은 지층을 지나면서 먼지나 오염이 여과되는 동시에 지층 내 미네랄을 흡수해 솟아나오는데, 이런 물을 일반적으로 미네랄워터라고 부른다. 미네랄 가운데 특히 칼슘과 마그네슘의 양을 많이 측정하는데, 세계보건기구(WHO)는 물 1ℓ에 녹아있는 칼슘과 마그네슘의 양을 수치화한 값이 120㎎ 이상이면 경수, 그 이하면 연수라고 규정하고 있다. 연수는 부드러운 물로 마시기 쉽고 요리에 주로 사용되는 반면, 경수는 체질 개선 등 건강 작용이 높은 물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서 많이 이용하고 있는 역삼투압 방식의 정수기는 오염물질은 물론 미네랄까지 제거해 버려 죽은 물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용존산소 함유량이 높은 물, 물 분자가 작은 물, 육각수 구조의 물 등이 몸에 좋다는 등 다양한 기준이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비만, 아기, 임신부 등 각자의 신체 및 건강 상황에 맞는 물을 골라서 먹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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