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당수 기업에서 지난해보다 여름휴가 기간을 늘릴 것이란 조사 결과가 나오며, 올해 직장인들도 사상 최장의 여름휴가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직장인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메르스 여파 등으로 불경기가 계속되며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국내여행을 선택하는 직장인들이 적잖다.
올 여름휴가 수요가 국내로 몰리면서 국내 유명 피서지 콘도와 펜션, 호텔 숙박권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있다.
수도권 워터파크와 캠핑지 예매도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200% 가까이 폭증하고 있다.
14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기업 421곳을 대상으로 올 여름 휴가 기간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휴가 일수가 평균 4.6일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2일보다 0.4일 증가했다.
이유는 경제 불황. 전체 기업의 42.9%가 “불황 때문에 물건을 만들어봐야 팔리지도 않고, 생산량을 줄이는 차원에서 휴가를 늘렸다”고 답했다. 또 22.9%는 “휴가를 안 보내면 연차수당 같은 돈을 더 주게 되니 그 비용을 아끼려고 더 보낸다”고 했다. 휴가비를 주겠다다는 회사도 지난해보다 1% 가량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 지갑 가벼운 직장인들도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1년차 직장인 유모(27ㆍ여) 씨는 “의류회사에 다녀서 휴가 날짜도 동대문 의류상가 노는 날로 정해져 있는데 하필 그 때가 가장 비싼 극성수기”라며, “그래도 신입들은 무리해서라도 해외여행을 가려고 하는 반면, 연차가 좀 쌓인 분들은 국내여행을 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모(29ㆍ여) 씨도 “휴가 때 통영에 가려고 알아봤는데 이미 괜찮은 숙박업소는 다 예약이 끝났다”면서 “모텔이라도 알아봐야 할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삼성, 현대, CJ 등 대기업이 내수활성화를 돕겠다며 국내 여행을 권장하는 것도 피서지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약 일주일간 국내 여행상품 판매량을 살펴본 결과,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터파크ㆍ스파 입장권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두배 가까이 폭증했다.
콘도ㆍ리조트, 펜션ㆍ캠핑 숙박권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196%, 호텔ㆍ레지던스 숙박권 판매량도 186% 늘어났다.
자전거 족이 늘어나며 자전거 종주를 떠나겠다는 직장인도 증가하는 추세다.
보험회사 직원 김모(31) 씨는 “휴가가 짧아서 뭘 할까 고민했는데 단순히 제주도나 지방 여행을 가는 것보단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자전거 종주를 가기로 했다”고 했다.
일부는 아예 여름휴가를 포기하겠다는 분위기다. 밀린 잠을 자거나 친구를 만나겠다는 직장인도 적잖았다. 이모(27ㆍ여) 씨 역시 “대출금 갚을 것도 좀 남아서 올해는 그냥 집에서 보낼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r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