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인천에 거주하는 회사원 A(39)씨는 지난 8일 황당한 휴대전화 문자를 받았다.
충북 음성군의 한 금은방에서 자신의 신용카드로 187만원이 결제됐다는 내용이었다.
문자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A씨는 얼마 뒤 불길한 생각이 들어 카드사에 전화해 결제 내용을 확인했다. 사실이었다.
A씨는 자신도 모르게 신용카드를 분실했다고 생각해 곧바로 지갑을 열었다. 신용카드는 그대로 있었다.
같은 시간에 A씨의 복제 신용카드를 가진 남성은 충북 음성군의 한 금은방에서 187만원 어치를 구입했다. 이어 인근 다른 금은방을 찾아 금품을 고른 뒤 값을 치르려 복제 신용카드를 건넸다.
결제를 기다리며 진열품을 살펴보던 이 남성은 자신을 뜯어보는 금은방 주인의 눈초리를 느꼈다.
이 남성은 범행이 탄로 난 것으로 직감하고 신용카드를 놔둔 채 곧바로 달아났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금은방 주인은 “신용카드를 결제하자 카드사에서 연락이 와 범행을 눈치챘다”며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검은 모자와 뿔테 안경을 착용하고 170∼175㎝ 키에 건장한 체격이었다. 음성 사람이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수사에 착수한 인천 남부경찰서는 지난 10일 비슷한 내용의 신고를 잇달아 접수했다.
지난 4∼5일 경기 안산시와 강원 원주시의 한 금은방에서 한 남성이 복제 신용카드로 각각 200여만원을 결제했다는 내용이었다. 피해자 2명 역시 신용카드를 분실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음성, 안산, 원주의 금은방에서 결제된 복제 신용카드 영수증에 똑같이 서명된 ‘조수민’이라는 가명을 토대로 동일인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 2명이 인천 남구의 한 국밥집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한 것을 확인하고 이 곳을 조사했다.
경찰은 분실된 신용카드로 복제품을 만들어 이뤄지는 범행이 종종 발생하는 점을 들어 용의자가 국밥집에서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를 빼돌린 뒤 복제품을 만들어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당초 피해자들로부터 신용카드를 건네받은 종업원을 공범자로 의심했지만 카드사의 소견을 듣고 일단 용의선상에서 제외했다.
카드사는 외부에서 신용카드 결제용 POS(point of sales) 단말기를 해킹한 것으로 판단했다.
해당 카드사에 따르면 POS 단말기는 온라인 네트워크로 연결된 소형 컴퓨터로 불린다. 저장한 고객의 신용카드와 개인정보를 온라인으로 카드사에 전송한다.
카드사 관계자는 “해커들이 네트워크로 POS 단말기를 해킹하는 것을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보안이 강화된 집적회로(IC) 단말기로 교체하는 것이 최선이다.
금융당국이 IC 단말기로 교체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용의자가 해킹 기술을 가진 전문가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가 범행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또 각 지역 금은방 폐쇄회로(CC)TV 영상에 포착된 용의자 모습을 토대로 행적을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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