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의 역사는 참으로 길다. 수렵시대엔 동물의 형상을 본 뜬 모습으로 사냥물을 획득하는데 이용했으며, 중세 유럽에서는 카니발과 함께 유행했다. 특히 13세기 시작된 베네치아의 카니발은 유럽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서민과 귀족 구분없이 신분의 벽을 가뿐히 넘어 다른 생활을 흉내내거나 맛보는데 일조한 가면은 일년 내내 가면을 쓰고 다니는 사람이 생겨날 정도로 인기였다. 그러나 잇달아 벌어지는 부도덕한 사건들로 인해 가면착용이 일시 금지되기도 했다. 축제는 성스러운 사순절이 시작되기 2주전 시작돼 먹고 즐기고 동물을 죽이는 피의 의식으로 치닫는다. 향락과 문란의 상징이었던 베네치아 가면축제는 16세기에 정점을 찍었다가 18세기 사라진 뒤 오늘날 다시 유행하고 있다.
가면을 쓴다는 건 현재의 나와 다른 차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걸 의미한다. 가면은 본능, 자연, 어둠의 세계를 대변한다. 가면은 초자연적인 존재의 형상부터 인간, 동물, 새 모습까지 종류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재료도 나무·금속, 종이, 진흙, 깃털, 모피, 식물의 잎 등 여러 가지가 사용된다. 최근 축제에서 흔히 보이는 페이스 페인팅은 가면의 변형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