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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복면가왕
‘나는 가수다’, ‘히든싱어’에 이어 최근 노래 예능 ‘복면가왕’이 인기다. 칸막이 안에서 노래를 부르고 알아맞추던 데서, 얼굴만 가린 채 목소리로 실력을 겨룬다는 점에서 한 단계 진화한 형태라 할 만하다. 탈락한 가수들의 복면이 벗겨지면서 탄성과 놀라움을 불러일으키는 이 프로그램은 죽 상승세다. 가수들의 노래도 노래지만 얼굴을 가린 가면의 화려함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독특하고 개성있는 디자인의 가면은 출연자를 더욱 신비스럽게 만든다. 가면을 쓴 가창자는 왠지 대담해지고, 보는 이는 가면 속의 얼굴을 상상하는 즐거움이 커진다.

가면의 역사는 참으로 길다. 수렵시대엔 동물의 형상을 본 뜬 모습으로 사냥물을 획득하는데 이용했으며, 중세 유럽에서는 카니발과 함께 유행했다. 특히 13세기 시작된 베네치아의 카니발은 유럽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서민과 귀족 구분없이 신분의 벽을 가뿐히 넘어 다른 생활을 흉내내거나 맛보는데 일조한 가면은 일년 내내 가면을 쓰고 다니는 사람이 생겨날 정도로 인기였다. 그러나 잇달아 벌어지는 부도덕한 사건들로 인해 가면착용이 일시 금지되기도 했다. 축제는 성스러운 사순절이 시작되기 2주전 시작돼 먹고 즐기고 동물을 죽이는 피의 의식으로 치닫는다. 향락과 문란의 상징이었던 베네치아 가면축제는 16세기에 정점을 찍었다가 18세기 사라진 뒤 오늘날 다시 유행하고 있다. 

가면을 쓴다는 건 현재의 나와 다른 차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걸 의미한다. 가면은 본능, 자연, 어둠의 세계를 대변한다. 가면은 초자연적인 존재의 형상부터 인간, 동물, 새 모습까지 종류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재료도 나무·금속, 종이, 진흙, 깃털, 모피, 식물의 잎 등 여러 가지가 사용된다. 최근 축제에서 흔히 보이는 페이스 페인팅은 가면의 변형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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