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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오뎅과 어묵
언젠가 작은누이가 이런 말을 했다. “학생 때 우연히 네 일기장을 봤는데 친구의 오뎅 반찬을 부러워하는 내용이 있더라” 참 옛날이다. 초등학교 때 오뎅은 선망의 도시락 반찬이었다. 지금은 불량식품 취급 받는 붉은 색의 가공 소시지는 더 윗급이었다. 처음 보는 맛이 비위에 거슬려 먹지도 못할 정도였으니.

엄밀히 말해 ‘오뎅(御田)’은 일본의 요리이름이다. 어묵, 곤약, 무 등을 넣고 끓인 냄비요리다. 오뎅에 재료로 들어가는 어묵의 일본말은 ‘가마보코(蒲)’다. 일본 무로마치(室町時代, 1336~1573) 시대 중기에 처음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 전해진 건 1700년대. 우리나라에선 두 단어 오뎅과 어묵이 혼용됐다.

얼마 전 부산을 다녀왔다. 어묵의 도시다. KTX부산역에도 어묵 판매점이 들어섰다. 삼진어묵이다. 1953년 창업해 3대가 이어오는 맛집이다. 최근 1년 반 새 펼쳐진 이야기가 드라마틱하다.

건강이 나빠진 2대 박종수 현 대표는 미국에서 회계를 공부하던 아들 박용준씨를 불러들였다. 2010년 일이다.

아들은 어묵 모양을 40여개로 만들자고 하고, 빵집이 경쟁자라고 하는 등 아버지가 보기에는 이상한 짓(?)을 했다. 이렇게 해서 2013년말 본점 새 단장과 함께 어묵을 빵처럼 파는 삼진베이커리가 탄생했다. 대박이 났다. 2014년 매출은 전년보다 배 이상 뛰었다. 올해도 유사한 성장세가 기대된다. 예상매출은 약 500억원이다.

줄 서서 사왔다. 먹어보니 맛있다. 우리 가족의 공통된 의견이다. 오늘(13일)은 초복(初伏)이다. 보통은 열흘 뒤 중복, 다시 열흘 뒤 말복이다. 올해는 월복(越伏)이어서 중복 20일 뒤에나 말복이다. 월복인 해는 무더위가 그만큼 길다. 어묵 맛 우러난 시원한 오뎅도 복날 음식으로 손색없다.

김필수 라이프스타일섹션 에디터/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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