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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의왕실1-영국(상)> ‘그레이트 브리튼’ 16개국 국가원수…여왕, 통합의 아이콘
현대 입헌군주제 모델국가 영국…英여왕 ‘21세기 생존리더십’주목
실권없지만 고비때마다 통합견인…절대권력 욕망넘어 존경 한몸에
‘군주제’비판속 여전히 절대군림…엘리자베스2세 최장수 국왕 눈앞
로열패밀리 스타못잖은 인기 화제


군주제는 역사상 가장 오래된 통치제도다. 1ㆍ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공화제가 대세가 됐지만 지금도 전세계 237개국 중 30개국이 군주제를 유지하고있다. 왕이 통치하지 않고 상징적 존재로 권한이 축소된 입헌군주제 왕국이 대부분이지만 사우디아라비, 브루나이, 카타르에선 여전히 정치, 경제, 군사, 문화를 통치하는 전제군주가 존재한다. 유럽의 왕실은 스캔들의 단골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국민통합의 구심점으로국민의 존경을 받는다.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왕은 존경을 넘어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기도 한다. 태국에서 왕실모욕죄는 징역감이다. 21세기를 사는 현대인에게 왕은 절대권력을 향한 욕망의 대리이자, 궁핍할 때 기대는 복고와 향수(鄕愁) 같은 존재다.
21세기에도 세계 왕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왕실의 현대적 역할을 살펴본다.

지금 영국은 근대 헌법의 기초가 된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ㆍ대헌장)’ 제정 800주년 축제에 빠져있다.

1215년 6월15일에 폭군 존 왕이 귀족들의 요구에 굴복, 런던 템스강가 러니미드에서 왕권을 제한한고 귀족의 자유를 명시한 3500자의 라틴어가 쓰인 양피지에 서명을 했다.

그로부터 꼭 800년 된 날에 러미니드 공원에는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동상이 건립됐다. 이 날 영국 곳곳의 교회가 기념 타종을 했다. 국립 영국도서관이 현존하는 마그나카르타 원본 4점을 전시하는 특별전을 9월1일까지 열고, 각종 세미나 일정이 연말까지 이어진다.

영국 뿐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에서도 마그나카르타 800주년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현대 입헌군주제의 모델 국가로 평가받는 영국이 지난 800년 동안 왕권과 시민권과 힘의 균형을 유지하며, 현대 자유민주주의 시대에서도 왕정체제를 유지하는 비결은 뭘까. 더구나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비롯해 윌리엄ㆍ케이트 왕세손 부부, 증손자 조지 왕자까지 왕실 사람들은 일거수 일투족이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웬만한 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 영국 여왕은 절대왕정주의 시대에 엘리자베스 1세가 생일에 전국을 돌며 이미지 정치를 폈듯, 매해 자신의 생일에 분열식에서 환호하는 시민을 향해 손을 흔든다. 영국 외에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16개국이 엘리자베스2세를 국가 원수로 두고 있다.

영국 왕실 지지도는 유럽 왕가에서도 가장 높다. 이는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민의를 거스르지 않고, 상ㆍ하원과도 크게 갈등하지 않은 채 균형을 잡아왔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많다. 1952년에 즉위한 여왕은 오는 9월10일이면 고조할머니인 빅토리아 여왕(1837~1901년)을 제치고 역대 최장수 국왕 재위 기록을 새로이 쓴다.

여왕의 89세의 생애 동안 영국 총리만 무려 18명, 미국 대통령은 15명이 바뀌었다. 모후인 엘리자베스 왕비는 101세로 서거해 여왕은 장수DNA를 타고난 것으로 보인다.

여왕의 정치적 실권은 없지만, 연합왕국의 고비 때 마다 사회 통합을 이끌고, 영국적 가치와 전통을 대변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2차대전 직후 미국 문화의 유입, 인도 파키스탄 등 옛 식민지 영토의 독립, 이민자의 증가로 영국인의 정체성이 흔들릴 때 여왕은 세계를 돌며 영국 연방의 결속을 다졌다.

여왕은 16세인 1942년에 영국 근위 보병대 연대장에 취임하는 등 전시에 국민 곁에 있었고, 이후 해리왕자 군복무로 이어지는 등 왕가의 입대 전통을 만들었다.

그는 지난해 9월 스코틀랜드 분리 투표 당시 “미래를 신중하게 생각하기 바란다”라고 발언하며 통합 여론에 힘을 실었다. 투표 결과 분리 반대가 예상을 뛰어넘어 훨씬 높게 나왔다.

영국에서 군주제에 대한 찬반 여론은 8대 2정도로 갈린다. 60대 이상 노년층에서 군주제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것은 반역죄에 버금가는 금기사항이다. 하지만 부의 양극화와 높은 실업률 시대를 사는 젊은 층에선 다르다. 세금으로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 쇼핑 비용을 대주느니, 차라리 일자리 창출에 쓰는 게 백배 낫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공화국 지지자(군주제 반대자)들은 입헌군주제는 시대착오적이며 비민주적인 체제로, 영국이 공화국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또 영연방 국가에서 여왕을 통한 결속력도 느슨해지고 있다.

그런데 영국 여론조사기관 입소스모리 조사에 따르면 엘리자베스2세 재위 기간 동안 이같은 군주제 반대(공화국 지지) 여론은 20%대를 넘은 적이 없다. 1969년 18%, 1993년 18%, 2002년 19%, 2011년 18%다.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 콤레스의 2013년 조사에선 17%로 이보다 더 낮았다. 지난 수십년 동안 영국인의 70% 이상이 여왕의 군림을 기꺼이 받든 셈이다.

여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정치적 중립성을 대개 지켜왔다. 하지만 지난달 독일 대통령궁에서 “유럽의 분열은 위험하다”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반대를 시사해 논란이 일었다. 선출권력보다 더 큰 입김을 발휘하지는 않지만, 여왕의 한마디는 여러 해석을 낳았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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