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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구제역에서 메르스까지…독한 바이러스의 실체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그것은 바로 전염성이 매우 높은 병원 바이러스 감염으로, 재난 사태가 발생한 원인이다. (....) 손 씻기 지침을 무시하고, 가운 및 마스크 착용을 망각한 상태에서 처치를 하고 크기가 큰 비말핵을 통해 병원 감염이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조밀하게 병상을 배치한 채 환자들을 병원에 잡아두는 데만 골몰하며, 격리해야 할 호흡기질환을 무신경하게 치료하던 시절로 되돌아가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감염질환전문가 폴 탐비아가 2003년 싱가포르 의학지에 사스에 관해 쓴 이 글은 중동메르스질환에 강타를 당한 현 한국사회의 모습과 겹쳐진다.

최근 세계를 위협하는 조류독감, 광우병, 구제역, 사스, 메르스는 그저 평범한 바이러스였다. 어느 순간 독해진 이들의 배경을 캐나다 출신의 저널리스트 앤드루 니키포룩이 따라갔다. ‘바이러스 대습격’은 최근 지구촌에 광범위하면서 느닷없는 폭격형태를 띠는 신종바이러스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현장을 낱낱이 보여준다. 저자에 따르면 바이러스의 출현은 문명의 발달과 관련이 깊다.

근래엔 세계화가 바이러스의 변질과 이동성을 가속화하고 있다. 65억 인구의 상거래, 여행, 식습관의 변화가 미생물의 서식지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촌의 무역량은 나날이 기록을 갱신중이고 매년 10억명의 사람들이 세계를 누비며 이동하고 있다. 인간이 매년 먹는 음식과 구매하는 상품의 80퍼센트가 세계 바다를 누비는 선박에 의해 운반된다는 보고다. 이 과정에서 30억 내지 50억톤의 선박평형수가 버려지는데 그 무역 배설물 중 약 5000만톤이 오대호로 흘러들어간다. 과학자들은 결과적으로 매일 7000종 이상의 해양 미생물, 해파리, 식물, 어류, 물벼룩의 서식지가 바뀐다고 추측한다. 저자는 화물선의 선박평형 탱크가 모험 정신이 투철한 수생 침입자들의 3등석 교통수단이 되는 셈이라고 말한다.
바이러스 대습격/앤드루 니키포룩 지음, 이희수 옮김/알마

저자는 최근 인류를 위협하고 공포에 떨게 한 구제역과 광우병, 탄저균, 콜레라 등이 어떻게 처음 발현됐는지 찾아나선다. 이들은 초기엔 잠잠하다가 어느 순간 급격히 불어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든다는 특성이 있다.

구제역의 경우, 19세기까지는 몹쓸 병이기는 해도 얼마든지 치료가능한 단순 골칫거리 정도였다. 그러던게 사나운 바이러스로 명성을 얻게 된 건 1967년의 일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수입한 양고기가 체셔 평원에 있는 도재 농장에 병원균을 옮긴 것이 그 첫 사례다. 영국 정부는 군대까지 동원했다. 농장을 소독하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가축 50만마리의 살처분했다. 화장용 장작을 쌓는데만 450만단의 볏집, 900리터의 기름, 40톤의 석탄이 들어갔다. 그러나 영국정부는 상황이 통제된지 6개월 후 다시 아르헨티나와 무역을 재개했다.

한국의 정권까지 흔들었던 광우병은 원래 양에게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괴이한 질병이었다. 2001년 미국을 발각 뒤집어놓은 탄저균도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당시 미국인 다섯명이 사망하고 수백만명이 공포에 떤 이 사건은 탄저균이 강력한 생물무기로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이 사건은 탄저균과 세균전, 인간이 제조한 침입자들의 놀라운 최신 진화단계를 보여준다. 흙속에 서식하는 세균으로 주로 소, 양 등의 초식동물에게 발생했던 탄저균은 지난 80여년동안 생물학적 극비 계획과 고차원적인 살인 방법을 연구하는 과학의 최전방에 서 있었던 것이다.

콜레라도 다시 창궐하고 있다. 2002년 콜레라는 여객기의 오염된 기내식을 통해 단 몇시간 만에 전 세계를 종횡무진으로 누볐다. 콜레라는 1817년 국제 무대에 데뷔한 오래된 침입자다. 이들은 이후 유행병을 여섯차례나 일으켰다. 그때마다 이 침입자는 지리적 영역을 넓히면서 사람들을 죽거나 병들게 만들었고 매번 더 빠른 속도로 이동해 나갔다. 1830년대에는 독일의 함부르크에서 출발해 영국 북부 지방에 도착하기까지 단 3개월이 걸렸다. 1948년 폴란드에서 병든 이민자들과 함께 증기선 일등칸에 오른 콜레라는 뉴올리안스에 도착하는데 겨우 7주가 소요됐다.

기후변화에 따른 진드기와 모기도 활개를 치고 있으며, 사스처럼 순수하게 병원에서 만들어진 경우도 있다. 저자는 “호흡기 바이러스가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응급실 병동을 나다니게 하는 것은 얼룩 홍합 한 마리를 오대호에 던져 넣거나 공장형 양계시설에 조류독감을 잠입시키는 일이나 다름 없다”고 말한다.

생물학적 침입자들의 활동성이 빨라지면서 인류의 건강과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이 때, 우리가 할 수있는 일이 없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저자는 지금 시한폭탄을 끌어안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성대한 바이러스 파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한다.생물학적 유행병을 총망라한 이 책은 ‘생물학적 침입자들‘의 실체와 그 배경지식을 전해줌으로써 미생물 테러리스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다시 한번 숙고하게 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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