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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내일의 금맥 을 캐라
며칠 전 한 대형전시회 개막식에서 국내 유명 화랑대표를 만났다. 그와 반갑게 인사하며 이런 말을 주고 받았다.

“요즘 단색화가 인기가 많아 미술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고 하던데 대표님의 화랑에서도 작품이 잘 팔리겠네요?”

뜻밖에도 그에게서 기대와는 다른 말이 흘러 나왔다.

“미술품 경매와 단색화를 다루는 몇몇 화랑만 거래가 활발하고 나머지 화랑들은 호황을 실감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시장이 위축되었어요. 단색화 쏠림으로 인한 빛과 그림자가 화랑가에 나타나고 있는 거죠.”

국내 미술시장이 겉으로는 역동적으로 보이지만 안으로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뜻이다.

화랑 관계자가 아닌 나 역시도 미술시장의 취약점을 이미 느끼고 있었다. 미술시장의 뿌리가 튼튼하게 뻗어 나가려면 대형화랑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전문화랑,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작은 화랑에서도 작품 판매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소수의 갤러리만 돈을 벌고 대다수의 갤러리는 소외되는 부의 피라미드 구조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미술시장이 선택된 소수만을 위한 잔치로 끝나는 것은 미술계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수집가나 건전한 투자자를 육성하기보다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들의 투기 파티장으로 변질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내외적으로 뚜렷한 호재가 없는데도 특정 작가들의 작품 가격만 지나치게 올라가는 수직 상승세가 이어질 때는 투기 목적의 작전 세력이 가세했는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불과 1~3년 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극사실 회화와 팝아트 작품이 요즘 미술시장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떠올려보라. 미술의 트렌드를 주도하던 핫한 아이템에서 철 지난 유행상품처럼 추락하지 않았는가. 가장 우려되는 점은 투기적인 거품이 빠진 후에 치러야 할 비싼 대가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보자. 가격이 절정에 달했을 때 구매한 수집가들이 가격 폭락에 실망한 나머지 화랑가에 발길을 끊는다면? 상투 잡힌 순진한 개미들이 투자실패의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미술계를 증오한다면? 이로 인해 미술시장이 또 다시 불황의 긴 늪에 빠져든다면?

이 시점에서 화랑계는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경쟁력 강화, 상생협력, 공동체적 가치를 위한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단색화 이후 새로운 투자대상을 발굴하는 연구도 필요하다.

세계적인 투자전문가 마크 파버의 저서 ‘내일의 금맥’에는 이런 글이 실려 있다.

“아무리 성공적인 투자였다 해도 아주 장기적으로 5%의 수익율을 보장해준 투자는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충분한 평가가 이뤄진 대상에 대한 투자는 재빨리 포기하고, 확실히 저평가돼 있는 투자 대상을 시의적절하게 선택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술시장에도 ‘내일의 금맥’이 있다. 바로 작품성에 비해 저평가된 작가를 발굴해 재조명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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