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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상범의 일상다반사]‘치졸한’ 사장님들, 사람에 대한 예의는 지킵시다
[HOOC=서상범 기자]10원짜리 동전. 현재 통용되는 화폐 중 1원에 이어 두번째로 낮은 가치의 돈입니다. 실생활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화폐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 10원짜리를 가장 잘 이용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일부 ‘치졸한’ 사장님들인데요.

임금 관련 분쟁을 일으킨 종업원들에게 10원짜리 수만, 수십만개를 ‘던져주는’ 업주의 사례가 심심치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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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KBS 9시 뉴스는 잦은 임금체불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당한 업주가 아르바이트생에게 밀린 급여를 10원짜리 동전으로 지급한 사례를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용돈을 벌기 위해 지난 2월부터 2개월간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19살 A 양은 임금이 체불되자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해 겨우 밀린 임금 32만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해당 업주는 A 양의 밀린 돈 32만원 중 10만원은 10원짜리 동전 1만개로 지불했죠. A 양은 “(업주가) 트렁크에서 주섬주섬 3개의 포대를 꺼내왔다. 어이가 없었다. 다음에 알바하기 무섭다”며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업주의 반응은 더욱 공분을 일으켰는데요. 경위를 묻는 취재진에게 해당 업주는 “있는 돈 없는 돈 싹싹 긁어 줬는데 뭐가 잘못됐냐. (10원짜리는) 돈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업주는 최근 또 다른 아르바이트생에게도 급여 40만원을 동전으로 지급했다고 알려져 더욱 논란이 거센데요.

한편 지난 4월 대전에서도 50대 여성이 임금 일부를 10원짜리 동전으로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습니다. 지난해 12월에도 월급 20만원을 몽땅 10원 짜리로 바꿔준 ‘황당한’ PC방 사장이 비난을 받았죠.

그 밖에도 이런 황당한 10원짜리 임금지불 사건은 매년 잊을만하면 우리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몰상식한 일들은 반복이 되는 것 일까요? A 양의 사례에서 나온 업주의 말처럼 ‘임금을 지불하는 수단으로는 법적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임금지급에 대한 원칙으로 ‘통화불의 원칙’을 정하고 있는데요. 이 원칙에 따르면 ‘임금은 근로자에게 통화로 지급해야 하는 것’이라고 규정은 하고 있지만, 그 통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위의 업주처럼 엄연한 통화 중 하나인 10원짜리로 임금을 지불하더라도 법에 어긋난 것은 아니죠.

하지만 10원짜리 동전이 일상생활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것이 널리 쓰인다는 의미의 ‘통화(通貨)’인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실제 각 사례의 업주들이 임금관련 분쟁을 겪었던 종업원들에게 일종의 ‘복수’의 의미로 10원짜리 임금을 준다는 점도 그만큼 일상에서 사용하기가 번거로운 화폐로 하는 ‘10원짜리 마음가짐의 복수’인 것이죠.

물론 10원이라는 화폐가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 경제를 구성하는 화폐의 단위로 다양한 쓰임새를 가지고 있죠.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가게를 위해 일을 했던, 더군다나 임금체불로 마음 고생했던 ‘사람’에 대한 보상으로는 적절하지는 않은 듯 합니다. 담당 노동청의 배려도 아쉽습니다. 만약 이런 치졸한 사장들의 행태를 법적으로 막을 수 없다면 적어도 계좌이체를 통한 임급지불 등의 방법을 제시했다면 어땠을까요?

10원짜리 자루를 직접 받는 종업원들의 입장에서 이는 일종의 폭력이기 때문이죠. 이제 사회 초년생으로 처음으로 일을 해봤던 A 양의 “다시 일하기가 무섭다”라는 목소리가 귓가에 맴돕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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