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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이윤미]시대를 읽지 못하는 ‘문단권력’
“고작 256억원이 문단권력?”

신경숙 표절 사태와 관련, 창비와 더불어 ‘문단권력’ 으로 지목된 문학동네의 지난해 매출액을 본 주위의 반응이다. ‘권력’에 걸맞지 않은 규모라는 반응일 게다. 업계 3위인 문학동네에 이어 창비의 지난해 매출액은 222억으로 5위다. 문학출판사로는 1위인 문학동네의 위상은 괄목할 만하다. 2007년 113억원에서 2년만에 226억원으로, 2010년에는 285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 해에는 영업이익도 60억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하루키의 ‘1Q84’의 힘이다.

1993년 문을 연 문학동네는 사실 신경숙과 함께 성장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경숙의 ‘깊은 슬픔’을 출간, 50만부가 판매되면서 문학동네는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강태형 대표가 신 씨를 찾아와 신문 연재가 중단된 이 소설을 단행본으로 내자고 했다가 신 씨가 ‘포도원’(문학동네 전신)이라는 출판사도 잘 모르고 문학출판사가 아니어서 거절했는데, 며칠 후 다시 찾아간 강 대표가 문학동네라는 이름은 어떠냐고 제안해 성사됐다는 일화가 있다. 문학동네는 95년 은희경의 ‘새의 선물’이 70만부 판매기록을 세우며 입지를 다지는 등 작가 발굴에서 시류를 잘 읽어냈다. 이는 해외 작가에도 통했다. 코엘료의 ‘연금술사’, 하루키의 ‘1Q84’ 등 200만부를 넘는 책들이 나왔다.

창비는 내년에 창간 50주년을 맞는다. 70, 80년대 엄혹한 시절, 창비는 지성인들의 담론과 행동의 장이었고, 386세대의 감성과 지식 습득의 학교였다. 100억대 초반 매출을 유지하던 창비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 2002년 매출 130억원 규모에서, 소설 출간 직후인 2009년에는 192억원으로, 다시 영문판이 나온 2011년은 300억원까지 매출이 뛰었다.

2014년 제자리걸음과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두 출판사는 올해 상황이 좋지 않다. 오랫 동안 한국문학을 일궈온 두 출판사가 신경숙 사태와 관련, 기득권을 지키려는 시대에 동떨어진 태도로 일관하며 비난을 사고 있다. 이런 감각으로 앞으로 대중과 문학을 통해 소통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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