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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투더 뮤직차트] 94년 여름, ‘칵테일 사랑’의 낭만이 흘렀다. 그러나…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여름하면 떠오르는 곡은 대개 시원한 멜로디와 리듬을 가진 댄스곡이다. 그러나 1994년 6월, 전국이 미국 월드컵으로 떠들썩했던 시절에 가요계를 강타한 곡의 모양새는 예년과 비교해 사뭇 달랐다. 어깨를 살짝 들썩이기에 적당한 정도의 느긋한 리듬, 도회적인 감성의 세련된 가사. 마로니에 3집의 수록곡 ‘칵테일 사랑’은 발표된 지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이맘때면 자주 라디오 방송을 타는 ‘스테디셀러’이다.

‘칵테일 사랑’은 1994년 6월 셋째 주 KBS ‘가요톱10’ 차트 1위에 올라 7월 셋째 주까지 내리 5주 연속 정상을 지키며 ‘골든컵’을 거머쥐었다. 마로니에는 지난 1989년 김선민을 중심으로 권인하와 신윤미가 모여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이다. 데뷔 앨범 수록곡 ‘동숭로에서’는 ‘칵테일 사랑’과 더불어 지금도 적지 않은 사랑을 받는 마로니에의 대표곡이다. 마로니에는 이후 1991년 아역배우 출신인 황치훈이 참여한 2집을 발표해 ‘혼자 남는 법’으로 어느 정도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모으진 못했다. ‘칵테일 사랑’은 마로니에의 이름을 처음으로 널리 알린 곡인 셈이다. 또한 이 곡은 같은 해 초 김건모의 ‘핑계’로 촉발된 레게 열풍을 주도한 곡이기도 하다.

‘칵테일 사랑’의 인기는 낭만을 자극하는 시적인 가사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 곡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마음 울적한 날에 거리를 걸어보고/향기로운 칵테일에 취해도보고/한편에 시가 있는 전시회장도 가고/밤새도록 그리움에 편지 쓰고파”와 후반부의 “창 밖에는 우울한 비가 내리고 있어/내 마음도 그 비 따라 우울해지네/누가 네게 눈부신 사랑을 가져다줄까/이 세상은 나로 인해 아름다운데”와 같은 가사 앞에서 들뜬 마음을 감추기도 힘들었을 터이다.

그러나 ‘칵테일 사랑’은 가요계에 보기 드문 ‘흑역사’를 남겼다. ‘칵테일 사랑’의 여성 보컬은 신윤미였지만, 앨범 녹음 마친 그는 미국 유학 때문에 팀을 떠났다. 이후 ‘칵테일 사랑’이 인기를 얻자 제작사 측은 앨범 녹음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가수를 멤버로 내세워 립싱크로 활동하게 했다. 뒤늦게 이 소식을 접한 신윤미는 앨범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달라고 제작사 측에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신윤미는 명예회복을 위해 제작사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걸어 승소했다. 이는 가수가 제작사를 상대로 소송에서 승리한 최초의 사례이다.

이 소송으로 잘 나가던 마로니에는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 이후 마로니에는 멤버들을 교체하며 새로운 앨범들을 연달아 발표했지만 ‘칵테일 사랑’과 같은 반응을 얻진 못했다. ‘칵테일 사랑’은 결국 마로니에에게 영광이자 저주가 되고 말았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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