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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인터뷰]이재준 "언젠가 남자 냄새 짙은 느와르 영화 해보고파"
브라운관 속 소년같은 마스크에 무심한 듯한 표정과 말투가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만난 이재준은 보여지는 외적인 것보다 내면에 있는 연기에 대한 열정을 어필하고, 대중에게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픈 갈증을 숨기지 않고 풀어냈다. '더러버' 마지막 촬영까지 모두 마쳤던 이재준과 지난 24일 청담동 모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더러버’(The Lover)는 각기 다른 사연을 갖고 있는 20~30대 4쌍의 리얼 동거스토리를 다룬 옴니버스 드라마다. 이재준은 밀린 방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타쿠야를 집에 들여 룸메이트로 지내지만, 점점 타쿠야게 끌려하는 준재 역을 맡았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브로맨스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이재준 역시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하며 드라마의 화력을 더했다.

"세 달 정도 방송하는 동안 준재와 타쿠야를 사랑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려요. 저도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던 것 같아요. 아쉽기도 하지만 앞으로 더 좋은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준재는 시크한 듯 하지만 타쿠야를 뒤에서 챙겨주는 인물이다.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도 않는다. 준재와 이재준은 어느 정도 닮아있는지 물었다.

"남자랑 그렇게 야하면서도 웃긴 걸 해본 적이 없어요.(웃음) 저희 나이대 남자들은 같이 술 마시고 운동하고 그렇거든요. 룸메이트를 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상 부분들은 실제로 없죠. 하하. 그런 부분들이 저랑은 좀 다른 것 같지만, 그래도 연기 할 때 제 안에 보여진 준재의 모습들이 내포돼 있으니 연기로도 좀 표현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어려서부터 활발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으나 배우로 데뷔한 후 낯을 가리기 시작했다는 이재준. 스스로 그런 성격은 신인 배우로서 제약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을 한 탓일까. 다시 예전의 성격을 찾아가려고 노력 중이란다.

"아직 왜 제가 내성적인 성격으로 바꼈는지 잘 모르겠어요. 어느 순간 사람들과 친해지기가 어려워지더라고요. 요즘은 이런 성격을 다시 바꿔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이재준은 원래 배우의 꿈을 꾸진 않았다. 무용수를 꿈꾸고 있었지만, 부상으로 쉬던 차에 모델로 활동을 했고, 주변에서 끊임없이 그에게 배우를 제안했다. 2013년 '연애조작단:시라노'로 데뷔해 2015년 현재 '야간비행', '더러버' 개봉을 앞둔 '뷰티 인사이드', '생살'까지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그는 그렇게 배우가 되어가고 있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쉽게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연기도 한 번 잘 해보자' 이런 생각이었는데 하면 할 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점점 갈 길이 멀어지는 것 같네요.(웃음)"

"점점 배워가고, 또 바껴 가고 있기는 한데 '야간비행'을 했을 때 저랑 너무 인물을 연기해서 그 캐릭터로 저를 버리고 가려고 했었고, '더러버'는 저랑 가까운 쪽으로 인물을 데려오려고 했어요. 어떤게 저에게 더 맞을지 찾아가고 있는 과정인 것 같아요. 캐릭터와 저란 사람의 간격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크린 데뷔작 '야간비행'과 '더러버' 캐릭터는 동성애 코드를 품고 있다. 비슷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동성애라는 카테고리로 묶여 자칫 이미지 고착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영리한 이 배우는 전작의 경험을 십분 살려 준재라는 캐릭터를 자신에게 맞게 또 다른 색깔로 도화지 위에 그려냈다. 그에게 우려는 기우다.

"'야간비행'이나 '더러버' 캐릭터가 둘다 처음부터 게이라는 설정이 아니였어요. '야간비행' 때 그런 연기를 한 번 했었기 때문에 이번에 조금 더 자연스럽고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나온 부분들이 있어요."



이재준은 타쿠야와의 찰떡궁합 호흡도 자랑했다. 일본인이라 의사소통에 대해 걱정했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타쿠야는 꽤 수준급의 한국어를 구사한다.

"일본 사람이라 한국말도 잘 못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하더라고요. 또 동생이랑은 호흡을 맞추는게 처음이라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타쿠야가 착하고 싹싹해서 잘 맞았어요. 편하게 촬영했습니다."

'더러버'는 동거 드라마란 타이틀 답게 집으로 꾸며진 세트장 안에서 대부분의 촬영이 진행됐다. 집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촬영하니, 어느 새 그는 세트장을 자신의 집처럼 생각하고 그대로 젖어들었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대본이 나와도 어떻게든 동선이 파악이 되니까 저 같은 경우에는 세트장이 우리집처럼 편해지니까 좀 연기하는데 수월했던 것 같아요. 혼자 상상이나 연습할 때가 참 편했죠."

이재준은 야릇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대사와 행동을 일삼는다. 수위조절이 중요한 이 신들에 김민석 감독은 어떤 디렉팅을 주문했을까.

"코믹 포인트가 앞부분에 많았는데 그 때는 이 장면, 대사, 제스처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위트있게, 또 오해의 소지를 남길 수 있을까를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 했던 것 같아요."

옴니버스 드라마 성향으로 극중 네 커플은 다른 집 주민들과 부딪치는 신들이 적다. 그나마 이재준은 최여진의 상상 속 위험한 이웃집 남자로, 오정세의 윗집 남자로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볼 기회가 있었다.

"운동을 꾸준히 하긴 했는데 최여진 선배님과 같이 연기했던 신은 대본이 3일 전에 나와서 약간 급하게 몸을 만들었어요. 하하. 다른 배우분들이랑은 부딪치는 장면이 많이 없어서 아쉬워요. 그래도 출연자 중에 다른 분들과 마주친 건 제가 제일 많았던 것 같네요. 자주 봤으면 더 친해질 수 있었겠지만 다음 작품에서도 만날 수도 있으니까 그 때가 또 기대되요."



연기는 하면 할 수록 어렵다는 이재준은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들이 많다. 그는 아직은 연기를 하고 있다기보다는 배워가는 과정인 것 같다고 겸손을 표하기도 했다. 이재준은 자신 안에 많은 것들을 담아내기 위해 계획했던 미국 여행을 취소하고 당분간 연기에 매진할 예정이란다. 연기를 대하는 진심은 대중과 언제든 마주하게 된다. 그 역시도 잘 알고 있었다.

"불러주시고 써주신다면 어떤 작품이든 열심히 하고 싶어요. 그래도 배우로서 남자 다운 느와르 영화는 꼭 한 번 해보 싶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고 싶고요.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연기하다보면 저에게 잘 맞고 제가 잘할 수 있는 연기를 찾을 수 있겠죠?"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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