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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시위 진압법 수출?…치안한류, 약일까?독일까?
[HOOC=서상범 기자]치안 기법을 개발도상국에 전수하는 이른바 ‘치안 한류’ 사업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경찰의 집회시위 대응에 관한 기법에 관한 찬반이 일고 있는데요. 창의적인 발상이라는 의견과 국내에서도 일부 비판을 받고 있는 시위 대응법이 해외에 잘못 적용되는 경우 역풍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맞서고 있습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이른바 ‘치안한류’라는 용어를 소개하며 해외에 치안 기법을 전수하는 우리나라 경찰의 활동을 다뤘는데요. 이코노미스트는 경찰이 외국에서 인기를 얻는 우리 대중가요를 뜻하는 ‘K-pop’을 본떠 ‘The K-cop wave’라는 용어를 ‘자칭’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서울 대한문 앞에 설치된 분향소를 경찰이 차벽으로 차단하고 있는 모습

이코노미스트는 경찰청 및 관련 전문가의 인터뷰를 통해 우선 과거 독재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비난을 받던 경찰이 1999년 ‘무(無) 최루탄’ 원칙을 천명하는 등 개혁에 나서고 ‘포돌이·포순이’ 마스코트와 같이 친근한 이미지를 개발한 점을 들었습니다. 또 ‘립스틱 라인’이라 불리는 여자경찰들의 시위대응법을 통해 시위대의 긴장을 해소하는 방식도 소개했죠.

이어 한류 바람처럼 경찰이 치안기법을 외국으로 전파하는 노력도 이코노미스트는 흥미롭게 다뤘습니다.

경찰은 2005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공동으로 초청연수 사업을 시작으로 선진 치안시스템 전수사업, 치안전문가 파견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최근 경찰청에 문을 연 ‘치안한류센터’는 2018년까지 모두 300명의 경찰을 외국에 파견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코노미스트는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등 에서 집회시위 관리 교육을 한국 경찰에 맡기고 있는 실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수출 실적 역시 상당합니다. 2013년과 2014년 2년 동안 한국 기업은 물대포와 시위진압용 경찰 방패 등 650억 원 어치 장비를 오만에 수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치안한류가 자칫 한국의 이미지에 대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점도 소개했습니다. 기사에서 인터뷰에 등장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걸프 국가들의 시위대가 자신들을 진압하는 장비가 한국산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역풍이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범죄학자 문병욱 씨 역시 시위를 관리하고 진압하는 기술이 해외의 권위주의 정권의 독재자가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는 수단으로 쓰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했죠. 한국 정부 역시 이런 우려로 인해 지난해 민주화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바레인 정부에 최루가스 수출을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청 관계자 역시 이같은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일부 국가에서는 만약 이런 장비가 없다면 더욱 폭력적인 진압이 이뤄질 수도 있다며 한국 경찰의 장비들은 오히려 시위대의 안전도 보장해주고 있다고 항변했습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 경찰이 여러 차례 시위를 잇따라 강경 진압한 사실을 들며 의문을 제기했는데요.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1주기에 경찰이 경찰버스 470대와 총 1만 3000여 명을 경찰병력을 동원해 시위대의 행진을 원천 봉쇄하고 대규모의 호신용 최루액을 살포한 점을 들었습니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표창원 전 교수는 “경찰의 이러한 강경 진압은 치안 유지보다도 정치적인 목적이 다분하다”며 “이러한 강경진압이 이어진다면 결국 경찰은 여전히 권력의 편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고, 어쩌면 예전 독재 정권의 주구 노릇을 하던 때의 기억을 떠올릴지도 모른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표 전 교수는 만약 그 정도 상황까지 간다면, ‘치안 한류’의 야심찬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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