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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필수의 X-inside] 이재용의 ‘3M’과 ‘CAP’
[헤럴드경제=김필수 라이프스타일섹션 에디터]지난 23일 오전 11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카메라 앞에 섰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 자리다. 이 부회장의 언행은 깔끔했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사과의 ABC’를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부적절한 사과로 되레 후폭풍을 맞고 있는 최근의 여타 사례들과 대비돼 더 도드라져 보였다.

전달의 3요소가 있다. 모두 알파벳 M으로 시작해 ‘3M’이라고 한다. ‘메신저(Messenger), 메시지(Message), 미디어(Media)’다. 누가, 어떤 내용을, 어떤 채널을 통해 소통할 것인가다.

삼성은 최고 수준의 대응을 했다. 메신저로는 사실상 그룹을 이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나섰다. 내부논란이 있었다지만, 레벨1을 택했다. 사과 메시지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사과문 발표시 담아야 할 ‘CAP’ 원칙을 완벽하게 준수했다. 사과 채널은 대국민 공개 방식을 취했다. 이 부회장의 첫 공식 데뷔라는 점과 맞물려 극적 효과와 주목도가 극대화됐다.

사과문을 발표할 때 ‘모자’를 잊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른바 ‘CAP’ 원칙이다. ‘CAP’ 원칙의 C(Care & Concern)는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 A(Action)는 행동계획, P(Prevention)는 재발방지 약속을 뜻한다. 이 부회장의 사과문 발표를 되짚어 보자.

# C(Care & Concern) : 사과 멘트와 함께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을 언급해 공감을 이끌어 냈다. 내부직원(의료진)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에 다시 한번 사과해 강조했다. 변명의 말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 A(Action) : 국민의 기대와 신뢰에 미치지 못했다고 문제를 특정했다. 병원을 혁신하고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겠으며,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행동계획을 밝혔다.

# P(Prevention) :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헛점이 없지는 않았다.

전달과 사과의 매뉴얼을 완벽하게 따른 자로 잰 듯한 사과. 진정성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이 병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를 언급하며 흘린 눈물마저도 연출 아니냐는 얘기가 들렸다.

질의응답이 없었던 것도 흠. 일방통행이었던 셈이다. 발표 후 여러 추측이 파고들 틈새가 별로 없었던 게 다행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물론 실행이다. 말로만 끝나는 사과는 거꾸로 쓴 ‘모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후폭풍을 각오해야 한다. 안 쓰느니만 못하다. 지켜볼 일이다.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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