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시,월앤피스/뱅크시 지음,손정욱 옮김/셰리프 |
그의 작품을 흉내 낸 위작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속에서도 자신을 공개하지 않던 뱅크시가 그 스스로 자신의 작품을 직접 소개하고 담긴 메시지를 설명한 ‘WALL AND PIECE’(월앤피스)를 펴냈다. 허락없이 남의 담벼락에 낙서를 하고 미술관에 무단으로 그림을 걸고 공권력을 비웃는 그의 작업은 무도하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론 위트가 있다. 뱅크시는 어느 날 멋대로 샌프란시스코의 한 하얀 담벼락을 ‘당국의 허가를 받은’ 낙서구역으로 정해놓고 표시를 해놓았다. 하루 뒤, 한 두개 낙서와 그림이 등장하더니 보름 후에는 벽은 온통 그래피티로 도배됐다. 당국의 허가를 받은 낙서구역이라고 믿은 이들이 정성들여 그래피티를 그렸고, 작업중이던 일부는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작업에 참여했던 이들은 속았다는 걸 알았지만 한편으론 유쾌해했다.
뱅크시의 그래피티에 대한 정의는 그의 예술관을 포괄한다. “무엇보다 그래피티는 싸구려 예술이 아니다. 비록 한밤중에 몰래 작업해야 하고, 엄마한테 거짓말을 늘어놓아야 하지만, 그럼에도 그래피티는 가장 정직한 예술 중 하나다.”
흔히 그래피티를 선동적이거나 선전의 도구로 오해하지만 그에 따르면, 오직 전시하기 위해선 동네의 좋은 담벼락만한 게 없다는 설명이다. 거리를 지저분하고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도 편견이라는 것. 뱅크시는 우리 주변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건 다름아닌 광고라고 반격한다.
그의 명성과 함께 그의 작품가도 오르고 있다. 부자들의 입질이 시작되고 담벼락을 그대로 떼어내 경매에 붙이거나 주민들이 나서 보호구역을 지정할 정도다. 여전히 논란중인 그는 현재 지명수배중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