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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거리의 테러리스트, 뱅크시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예술의 생명은 전복(顚覆)에 있다는 건 예술사가 뒷받침해준다. 예술사의 한 획을 그은 작품들은 현상을 뒤집거나 넘어서면서 이전 시대와 다른 길을 낸다. ‘거리의 테러리스트’로 불리는 그래피티 작가 뱅크시는 그런 면에서 예술사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우상화된 그림과 권위, 통념을 가차없이 공격하는 그의 그래비티는 평화라는 미명 아래 벌어지는 전쟁의 참상과 소비자 위에 군림하는 자본주의, 상업주의와 결탁한 미술계 등 기득권의 모든 형태에 저항한다.

뱅크시,월앤피스/뱅크시 지음,손정욱 옮김/셰리프

그의 작품을 흉내 낸 위작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속에서도 자신을 공개하지 않던 뱅크시가 그 스스로 자신의 작품을 직접 소개하고 담긴 메시지를 설명한 ‘WALL AND PIECE’(월앤피스)를 펴냈다. 허락없이 남의 담벼락에 낙서를 하고 미술관에 무단으로 그림을 걸고 공권력을 비웃는 그의 작업은 무도하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론 위트가 있다. 뱅크시는 어느 날 멋대로 샌프란시스코의 한 하얀 담벼락을 ‘당국의 허가를 받은’ 낙서구역으로 정해놓고 표시를 해놓았다. 하루 뒤, 한 두개 낙서와 그림이 등장하더니 보름 후에는 벽은 온통 그래피티로 도배됐다. 당국의 허가를 받은 낙서구역이라고 믿은 이들이 정성들여 그래피티를 그렸고, 작업중이던 일부는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작업에 참여했던 이들은 속았다는 걸 알았지만 한편으론 유쾌해했다.

뱅크시의 그래피티에 대한 정의는 그의 예술관을 포괄한다. “무엇보다 그래피티는 싸구려 예술이 아니다. 비록 한밤중에 몰래 작업해야 하고, 엄마한테 거짓말을 늘어놓아야 하지만, 그럼에도 그래피티는 가장 정직한 예술 중 하나다.”

흔히 그래피티를 선동적이거나 선전의 도구로 오해하지만 그에 따르면, 오직 전시하기 위해선 동네의 좋은 담벼락만한 게 없다는 설명이다. 거리를 지저분하고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도 편견이라는 것. 뱅크시는 우리 주변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건 다름아닌 광고라고 반격한다.

그의 명성과 함께 그의 작품가도 오르고 있다. 부자들의 입질이 시작되고 담벼락을 그대로 떼어내 경매에 붙이거나 주민들이 나서 보호구역을 지정할 정도다. 여전히 논란중인 그는 현재 지명수배중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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