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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열 기자의 속시원한 건강]메르스로 재벌병원을 바로보는 두 시선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전격적으로 대국민사과를 했다. 대한민국을 한달 넘도록 흔들고 있는 메르스와 그 주요 진원지가 된 삼성서울병원발(發) 후폭풍에 대해 국민들의 심기가 불편한게 사실이다. 이런 과정에서 삼성가(家)에 대한 곱잖은 시선으로 연결되는 조짐을 보였고, 이에 ‘사과‘라는 전격적인 조치가 나왔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평가는 대체로 나쁘지는 않다. 날카롭게 반응한 이도 있지만, 이 부회장이 사과 기자회견을 자청했고, 발표 문안도 직접 가다듬었다는 것에 대해 적절한 사과였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삼성 오너일가의 대국민 사과는 지난 2008년 4월22일 이건희 삼성 회장의 특검 사태에 대한 사과문 발표 이후 7년여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반도체와 휴대폰 등에서 세계일류기업임을 자부해오며 ‘관리의 삼성’이라 불릴 정도로 완벽을 추구해온 삼성이지만 메르스 사태의 한가운데 놓이면서 국민의 신뢰도는 물론 글로벌기업으로서의 브랜드 이미지가 일부 훼손되면서 국민 앞에 책임을 지는 행보를 자임한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전경과 이재용 부회장이 사과하는 모습.

삼성서울병원은 이른바 ‘빅5’병원 중 하나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병원이다. 하루 외래환자 8000여명, 암환자 수술 건수 국내전체의 10분의1, 병상수 1959개, 의사ㆍ간호사 등 의료진 3800여명과 병원관련 비정규직 인력을 포함하면 9000여명에 이르는 방대한 조직이다. 아픈 사람이면 누구나 삼성서울병원 진료를 원할 정도로 초일류 병원으로 꼽힌다.

그토록 ‘최첨단 병원’, ‘세계 초일류병원’임을 인정받아온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로 인해 이미지 훼손을 입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24일 국회에 나가 메르스 사태 초기에 정부가 병원명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병원 이름을 공개하면 병원에 안찾아가고, (병원이)피해를 입게 된다. (이를)우려해 병원이 신고를 하지 않거나, 환자를 거부를 하는 현상이 일어나 사태가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고해도 해당병원 중 하나가 ‘삼성’이었다는 점에서 여러가지 뒷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외형이 커지면 사실 그만큼 그림자도 커지게 마련이다. ‘일류’로서 앞만보고 달려왔지만 삼성서울병원은 정작 ‘음압병실’ 하나 조차 없어 부랴부랴 이동형 음압병실을 급히 마련하는 등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병원 공개 이후 행보에 대해서도 세련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평소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실 삼성서울병원이 우리나라의 병원시스템과 질 향상에 미친 영향은 적지않다. 100% 진료예약제, 질환별 특성화 센터, 서류가 필요없는 병원, 당일 통원 수술 시스템 같이 지금은 어느 병원에서나 당연시 되는 이러한 병원서비스는 삼성 등의 대기업 등이 병원업계에 진출하기 전인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요원한 ‘상상’에 불과했다.

대기업이 병원업계에 진출하면서 ‘외형경쟁’, ‘대형병원으로의 쏠림현상’ 등 부정적인 병원문화를 만들어낸 것도 있지만,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의사들의 임상연구를 지원하고 ‘수련의들의 트레이닝센터’ 역할을 자처했다. 고객중심의 경영으로 과거 ‘병원은 원래 어려운 곳’이라는 통념을 ‘환자는 고객이다’를 모토로 병원도 서비스를 받는 곳으로 바꿔놓은 것도 삼성서울병원의 자긍심이기도 하다.

삼성 외 국내 병원문화 발전에 기여한 곳은 많다. 재벌병원의 양대산맥인 서울아산병원은 1989년 개원하면서 개원 이념을 ‘환자 중심 병원’으로 세우고 접수부터 진료, 수납을 일체화하는 ‘고객 맞춤형 동선’과 전국 최초로 환자의뢰 회송센터를 개설해 수술 후 환자들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병원 안에 최초로 갤러리도 만들었다.

그래도 상징적인 타이틀은 삼성서울병원이 두드러져 보인다. 1994년 개원한 삼성서울병원은 ‘기다림, 보호자, 촌지’가 없다는 3무(無)경영을 내세우며 의료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병원업계 최초로 24시간 전화 및 팩스 예약제도를 실시하고 1995년 11월 기다림 없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국내에서 진료비 후수납제를 실시했다.

‘삼성서울병원=장례식장’이라는 등식이 나올 정도로 새로운 장례문화 창달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개원때부터 장례식장을 직영으로 운영해 장례물품 바가지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했고 입관 실명제를 도입해 촌지 문화를 축출했다.

이밖에 국내 최초로 병원 전산화 시스템을 완비해 ‘종이없는 병원’을 선언했고 이는 환자 대기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단초가 됐다. 의사들이 진료에 바빠 연구에 소홀한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것도 무시못할 환경개선이었다.

삼성서울병원 모 교수는 “한국의 의료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선 것은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한 몫을 햇다는 것도무시할 수 없다”며 “재벌병원들이 오로지 경쟁을 강조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같은 환경이 축적돼 스타의사 배출은 물론 세계유수의 의학저널에 우리나라 의사들의 SCI급 논문이 많이 실리는 등 국내 위상이 강화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에 즈음해 여러가지 말이 나온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재벌병원의 공(功)과 과(過)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잘못된 점은 과감히 개선하도록 국민들이 채찍질하고 공이 있다면 칭찬도 아끼지 않는 것이 오늘의 난국을 타개하는 해법은 아닐까 한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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