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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묵은 인종갈등에…‘분열’된 美
남부기 표시 특별 자동차 번호판…주 의사당 건물서 주 깃발 등
남부연합기 철거요구 시위 확산…아마존·이베이 등 유통업체도
관련 상품 판매 중단 등 보조…일부선 “역사 부정 지나쳐”반대
SCV ‘마녀사냥 시작’우려 목소리


다민족ㆍ다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 미국 사회에 흑백 분열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흑인교회 총기난사 사건이 기폭제 역할을 하는 모습이다. 대선을 앞두고 있어 분열 양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AP통신 등은 150년전 남북전쟁 때 쓰인 ‘남부연합기’(이하 남부기)의 철거를 요구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컬럼비아주(州)에선 23일 주민 수백명이 주의사당 밖에 모여 공공건물에서 남부기를 내리라고 촉구했다. 찰스턴 시내에선 강력한 노예 제도 옹호자였던 정치인 존 C컬훈(1782년~1850년)의 동상이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사우스캐롤라아니주에 이어 미시시피, 버지니아, 텍사스, 테네시 등 남부 4개주 의회에서도 주 깃발에 일부 표식으로 남아있는 남부기 상징을 제거하자난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테리 맥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민주당 상원의원)는 남부연합군 참전용사 후손들에게 발급해주는 남부기 표식이 들어간 특별자동차 번호판 발부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매릴랜드주 다른 민주당 의원들은 특별 자동차 번호판에서 남부기 표식을 빼야한다고 주장했다.

필립 건 미시시피주 하원 대변인은 22일 “과거가 우리를 정의하도록 놔둬서는 안된다”며 “주 깃발을 교체하는 논의를 시작해야한다”고 밝혔다.

또 테네시 주에선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이 주 의사당 건물에서 주 깃발을 철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아마존, 이베이, 월마트 등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도 남부기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등 보조를 맞추고 있다.

반면 남부기 철거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흑인교회 총기난사 범인이 남부기를 흔들었다고 남부 역사와 유산인 이 깃발을 부정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논리다.

공화당 내 극우세력인 티파티 소속 크리스 맥대니얼 의원은 “모욕감을 줄 수 있는 모든 역사적, 문화적인 자산들을 청소하자는 것은 인종문제 완화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반대했다.

남부연합군참전용사의후예들(SCV)의 켈리 배로 중령도 “처음에는 깃발이더니 이제는 기념비, 그 다음에는 거리 이름, 그 다음에는 기념일이 될 것이다”며 “남부연합군과 관련한 모든 것들에 대한 ‘사냥’이 시작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유통매장에서 남부기 관련 상품 판매가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23일 미 언론에 따르면 아마존에서 일부 남부기 관련 상품 판매는 5400% 폭증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지만 각종 인종관련 사건들이 잇따르면서 인종갈등은 되레 더 깊어진 모습이다.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한 단어를 입에 올리기 꺼려했던 오바마 대통령 조차 최근 ‘깜둥이(nigger)’란 금기어를 쓰는 상황이 된 것은 그 단면이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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