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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뿔’난 美교사들…왜?
과도한 규제·교권침해에 소송맞불
추락을 거듭하던 교권(敎權)이 마침내 미국에서 울분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학생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교사들에게 가해지는 지나친 제약과 과도한 처벌이 오히려 교육현장을 고사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본격화 된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수 개월 전 로스엔젤레스(LA) 한인타운 한 초등학교 5학년 교실이다. 선생님이 ‘농담’을 던진다.

“여러분, 방과후 ‘셰익스피어 연극반’ 운영기금을 충당하지 못하면 연극부 학생들은 아마도 마크 트웨인의 소설 ‘허클베리핀의 모험’에 나오는 왕처럼 벌거벗고 연기를 해야 할지 몰라요”

이 농담으로 교사 라피 에스퀴스씨는 LA통합교육청(LAUSD)로부터 정직 처분을 받았다. 학생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줬다는 이유다.

에스퀴스 씨는 평소 인성교육을 실천하는 교사로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초등학교 교육방법과 기술에 관한 책 3권을 저술해 주목을 받았고, 2003년 국가예술훈장까지 받았다. 또 학생들에게 방과후 셰익스피어 연극을 하고 고전과 음악의 중요성을 강조해 공영방송인 PBS의 교육다큐멘터리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에스퀴스 씨는 “나는 과잉반응의 희생자”라며 LA통합교육청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수업 중 경미한 농담이나 실수로 교육청의 징계 처분을 받은 교사들도 이 소송에 합류하고 있다. 해당 초등학교 학부모들도 교육청의 조치가 과했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에스퀴스 씨가 평소 ‘모범 교사’였다는 이유다.

LA통합교육청은 지난해 한 초등학교 여학생 3명이 교사로부터 성추행당했다며 해당 교사와 교장, 교육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합의금으로 1억3900만 달러(1536억 원)을 지급했다. 또 지난해 6월 이후 교육청으로부터 징계 처분을 받은 교사 수는 무려 89명에 달한다.

LA교육청의 무리한 조사과정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에스퀴스 씨는 “조사에서 대학시절 여성 등 본질과 어긋난 질문이 대부분이었다”면서 “학생들과 인터뷰는 했느냐고 물었더니 당신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찾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이어 “심지어 교육청의 감사는 내가 방과 후 맡은 셰익스피어 연극반까지 확대됐다”면서 “아마도 방과후 연극활동이 성적 올리기와는 관계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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