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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몰랑, 메르스왕따…유행어로 본 대한민국의 위기
[HOOC]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들어선 듯합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큰 불은 잡았다”고 했죠. 황교안 국무총리가 임명되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여유를 찾는 느낌입니다. 메르스는 결국 극복되겠죠. 그러나 메르스 사태는 이웃의 실종, 국가 권위의 추락 등 치명적 문제점을 노출시켰습니다. 메르스보다 극복과정이 더 지난할 수도 있습니다. 메르스 사태가 낳은 신조어나 유행어를 통해 우리 사회가 헤쳐 나가야 할 과제를 정리해봅니다. 



▶‘아몰랑’, ‘낙리둥절‘...무너진 국가권위

정부는 세월호 침몰에서 이번 메르스 사태까지 계속 무능함을 드러냈습니다. ‘판단착오→무능한 대응→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로 일관했죠. 불신이 자조섞인 조롱으로 변했습니다. 정부의 권위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인 ‘아몰랑’ 입니다. ‘아몰랑’은 ‘아, 나도 모르겠어’를 의미하는 온라인 유행어입니다. 그러나 이번 메르스 사태 과정에서 정부의 책임감 없는 처사를 빗대 비판하는 상징어가 됐죠. 결국 ‘아몰랑’은 ‘메르스 맵’이라는 SNS 기반 정보공유채널의 탄생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낙무룩’, ‘낙리둥절’도 들어보셨죠. ‘낙무룩’은 ‘낙타가 시무룩’, ‘낙리둥절’은 ‘낙타가 어리둥절’의 약어입니다. 당국이 사태 초기에 메르스 예방수칙을 내놓으면서 ‘낙타와 접촉 금지’ 등을 강조하면서 나온 신조어입니다. 국내 동물원의 낙타는 격리됐죠.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낙타와 접촉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인데, 예방수칙에서 낙타가 강조됐죠. ‘과연 정부가 메르스 사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가’하는 의문문이 확산됐습니다.



▶‘메르스 왕따’...실종된 이웃 사촌

‘낙인찍기, 신상털기, 따돌리기, 소문내기….’

‘메르스 왕따’ 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감염이 의심되는 이웃을 조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뜬소문만으로 이웃에게 지나친 결벽증세를 보인다던가 미확인 정보를 유포해 무고한 이웃이 피해를 입게 하는 등의 행위는 가족 이기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에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이웃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들의 자녀들도 단순히 부모가 메르스 병원의 의료진이라는 이유만으로 친구들 옆에도 가지 못하고 손가락질 받는 사례도 생겼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확진자ㆍ격리자에 대한 신상이 떠돌아 이들을 극단적으로 기피하고 이웃 공동체로부터 배제하고 있는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예전엔 못살아도 이웃간 서로 보듬고 살아가는 맛이 있었는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공동체의 풍속이 깨지고 적자생존의 의식이 자라났다”며 “이런 사회 변화가 20여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공동체 의식이 무너지고 이번 메르스를 통해 그동안 감춰진 민낯이 드러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격리되고 싶다’...쉬지 못하는 샐러리맨

자택 격리자들이 늘면서 직장인을 중심으로 ‘나도 격리되고 싶다’는 농담이 유행어처럼 돌고 있습니다. 회사 격무에 대한 하소연성 발언이죠. 모 학생은 등교하기 싫어서 교사에게 ‘메르스로 격리됐다’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죠. 자택 격리는 메르스 환자나 환자가 다녀간 병원에 접촉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조치로 상대적으로 감염 가능성이 낮으면서 2주 가량 ‘합법적으로’ 집에서 지낼 수 있기 때문이죠.

메르스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으로 휴가를 떠나거나 자녀를 이동시키는 ‘메르스 피난‘ , 가족간에 생이별을 하는 ‘메르스 이산가족‘도 생겨났습니다.



▶‘메부지리, 메가망신‘...‘꾼’들의 전성시대

‘메부지리‘는 메르스 어부지리, ‘메가망신’은 메르스 패가망신을 의미합니다.

메부지리는 이번 메르스 사태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일부 정치인을 풍자하는 말입니다. 나름대로 합리적인 대의와 명분, 그리고 논리를 내세우곤 있지만, 지나침은 역시 모자람만 못하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습니다. 메르스 사태로 한 몫을 잡으려한 일부 장사꾼들을 빗댄 말이기도 합니다.

메가망신 역시 잘못된 정보를 내뱉거나 막말을 한 사람들의 불행한 결과를 빗댄 말입니다. 다른 의미로 메르스 때문에 애꿎게 피해를 본 사람을 말하기도 합니다.

결국 꾼들에게 메르스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도 좋은 ‘꺼리’가 되는 게 우리의 현실인 듯 합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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