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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 운전사 10명 4명 “난폭 운전 이유 ‘짧은 배차 간격과 휴식 시간’”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경기도와 서울을 왕복하는 버스 운전사 전석창(40ㆍ가명)씨는 “횡단보도에 카메라나 다른 차량이 없으면 어김없이 신호를 위반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여러 번이고, 승객들 항의도 빗발치지만 전씨는 “배차 간격이 짧고, 쉴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적어 위반과 과속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우리나라 버스의 난폭운전은 심각한 형편이다.

교통안전관리공단에 따르면 시내버스 사고는 2010년 1094건, 2011년 1035건, 2012년 988건, 2013년 1024건, 2014년 891건으로 매년 거의 1000건을 넘고 있다.
22일 오전 교통체증이 빚어지고 있는 을지로 2가 사거리. 버스가 직진차량을 막아서 극심한 정체를 일으키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법규 위반에 의한 사고 중 절반이 신호위반으로 인한 것이고, 일반 사고도 안전운전 불이행이 사고 원인인 경우가 10건 중 7건에 달한다.

한국운수산업연구원이 국가별 버스 교통사고(2011년)를 비교해 보니 우리나라는 버스 교통사고 사망자(152명)가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2.9%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유럽 국가(영국 0.5%, 스페인 0.2%, 독일 0.3%, 루마니아 0.7% 등)들에 비하면 4∼15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매일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박수경(25ㆍ여ㆍ구리시)씨는 “비상등을 켜고 도로를 헤집고 다니거나 정류장을 지나치려다 갑자기 정차해 승객들이 휘청이는 경우도 많다”며 버스 난폭운전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버스 운전사들은 난폭운전이 몸에 밴 일부 운전사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근무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난폭운전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이 펴낸 ‘전북버스운전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버스 운전사 104명 가운데 49.4%가 ‘하루에 교통 신호를 10회 이상 위반한다’고 응답했다.

46%는 규정 속도를 위반하는 경우가 10회 이상이라고 했고, 25.3%는 10회 이상 정류장을 무정차로 통과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법규 위반이 잦은 이유에 대해 5.3%는 ‘습관적’이라고 했지만, 절반에 달하는 응답자들은 ‘짧은 배차 간격(46.5%)’, ‘휴게시간 부족(44.7%)’ 등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이들은 순수하게 운전하는 시간만 하루 평균 15∼16시간에 달한다. 그런데 이들이 다음 운행 전에 쉬는 시간은 짧은 경우 23∼24분에 불과하다.

한 버스 운전자는 “무리없이 운전해도 종점에 가서 30∼40분 쉬면 좋은데 실상 신호 위반, 과속 등을 해야 겨우 30분이 남아 밥도 먹고 화장실도 마음 편히 갈 수 있다”고 했다.

오랜 운행과 짧은 배차 간격으로 방광염을 앓고 있는 운전사도 상당수다.

경기 지역 버스 운전자 최모(46)씨는 “왕복 시간이 길면 3시간에 달하기도 하는데 가끔 운행 중 양해를 구하고 한 빌딩에 들어가 소변을 볼 때도 있지만 승객들 눈치가 보인다”며 “대부분 빨리 종점을 가겠다는 생각에 과속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운전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버스 승하차 문화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일본인 관광객 시즈카(24ㆍ여)씨는 “버스가 서기 전에 사람들이 아슬아슬하게 미리 출구로 나와 서있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일본에서는 버스가 서기 전에 절대 일어서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이 역시 짧은 배차간격에서 비롯된 문제이고, 특히 고령자의 경우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업체는 승하차 시간, 승객수, 정류장 숫자, 교통상황 등을 고려해 배차간격을 여유있게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러려면 서울시 등 지자체가 버스 업체에 지원금을 지급할 때 배차간격 등을 평가항목을 넣어 업체의 배차간격 조정 등 방침 변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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