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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아미의 아!美] 어쨌거나 아름답다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남자 친구랑 같이 오시지 그랬어요.”

“어우 됐어요. 같이 보다가 기분 상할 것 같아요.”

지인을 통해 ‘크레이지 호스 파리(Crazy horse Paris)’를 보게 됐습니다. 물랑루즈, 리도와 함께 프랑스 파리의 3대 카바레쇼로 불리는 퍼포먼스인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된 겁니다.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의 워커힐 시어터가 몇년간 비워 뒀던 극장식 쇼 무대를 이 프랑스 카바레 쇼로 화려하게 열었습니다.

이 쇼에서는 15명의 여자들이 벗고 나옵니다. 몇몇은 나와서 벗기도 합니다. 완벽한 신체 비율. 거의 똑같은 신체 조건을 가진 배우(댄서)들이 무대에 오릅니다. 토플리스는 기본이고 중요한 부분(?)을 손바닥만한 가리개로 간신히 감춘 배우들이 춤을 춥니다. 특히 배우들은 유두와 유두 사이의 간격이 모두 똑같다고 합니다. 배우를 뽑는 기준 중의 하나인거죠. 이 쇼가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를 말해주는 듯 했습니다. 
크레이지 호스 장면

그래서 혼자 갔습니다. 아무리 아트 퍼포먼스라지만, 아름다운 여자들이 단체로 벗고 나오는 아트 ‘누드’ 퍼포먼스이기 때문입니다. 그와 함께 봤다간, 어느 순간 내가 오징어(?)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오버는 아니었겠죠.

살바도르 달리, 엠마누엘 웅가로, 장 폴 고티에, 크리스찬 루부탱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했다는 사실도 쇼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도대체 뭐기에, 이토록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이름을 올렸을까.

‘신이여 우리의 누드를 구하소서(God save our bareskin)’라는 타이틀로 1막이 열렸습니다. 1989년 초연 이래 모든 크레이지 호스 공연의 오프닝으로 보여주는 쇼입니다. 
크레이지 호스 장면

“에이 뭐지. 이 시시함은….”

딱 이 기분이었습니다. 야릇한 상상과 기대에 한껏 부풀어오른 관객 1인에게 벗고 나온 배우들의 군무는 적잖은(?) 실망감을 안겨줬습니다. ‘야하지’ 않았습니다.

두번째 무대. 살바도르 달리의 붉은 입술 소파가 무대 가운데에 설치됐습니다. 솔로 테마가 이어집니다. 이 배우는 나와서 벗습니다. 입술 소파의 곡선을 타고 흐르는 배우의 움직임이 무척이나 관능적이고 매혹적입니다. 여전히 야하지 않습니다.

온 몸에 입술 스티커를 여기저기 붙이고 나온 ‘미스 비쥬(Miss Bizou)’가 이어 등장했습니다. “비쥬 비쥬 비쥬~” 노래를 부르며 입술 스티커를 날립니다. 이 사랑스러운 여인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2~3번 등장하며 깨알 재미를 줍니다.

공연이 계속되면서 배우들의 몸짓은 더욱 현란해집니다. 좁은 무대를 열기로 가득 채워갑니다. 야하다, 혹은 야하지 않다는 판단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왜 이 누드 쇼에 ‘아트 퍼포먼스’라는 장르가 붙게 됐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배우들의 벗은 몸은 캔버스 역할을 합니다. 배우들은 저걸 어떻게 입었을까 놀라울 정도인 실오라기를 걸치고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배우들의 몸을 투사하는 것은 조명입니다. 몸이라는 날 것의 캔버스 위에 도트나 스트라이프 패턴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물결이나 기하학적인 패턴이 새겨지기도 합니다. 배우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옷을 걸치게 되는 거죠. 이 쇼는 미디어 아트가 결합된 퍼포먼스였던 겁니다. 몸은 최고의 캔버스임을 증명했습니다.

주식시장의 상승장을 상징하는 붉은 화살표와 붉은 숫자들이 붉은 조명과 오버랩 된 가운데 난데없는 스트립쇼가 등장합니다. 그래도 당황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토리가 무엇인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도 굳이 알 필요는 없습니다. 보여지는 그대로를 즐기면 그만입니다.

이 쇼는 미(美)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보고서 같은 작품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어쨌거나 아름답습니다. VIP 좌석에서 쇼를 즐기는 데 드는 비용은 1인당 22만원(2인당 샴페인 1병). 좀 비싼가요?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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