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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예선 기자의 Car톡!> 해치백,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4년차 직장인 A씨(32)는 생애 첫 차를 두 달 넘게 고르고 있습니다. 처음엔 국산 소형 세단을 생각하다 평범한 것 같아 조금 무리해 새로 나온 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수입차로 눈이 갑니다. 3000만원대로 독일차를 사고 싶은 마음이 슬금슬금 듭니다. 바로 소형 해치백입니다. 트렁크가 따로 없지만 디자인이 나쁘지 않고 연비도 좋아 몇 년 타다 보면 무리한 가격이 아깝지 않다는 평도 들립니다. 수입차가 주는 '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아우디 뉴아우디 A1(3270만~3720만원), BMW 뉴1시리즈(3890만~3950만원), 푸조 308 1.6(2950만~3190만원), 골프R(미정).

최근 수입 해치백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독일차 BMW ‘뉴1시리즈(6월)’, 아우디 ‘뉴아우디 A1(6월)’, 폴크스바겐 폴로(4월)ㆍ골프R(9월) 그리고 프랑스 푸조 308 1.6(5월)와 시트로엥 ‘DS3 뉴 라이트 시그니처(6월)’ 등 줄줄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에서 미운오리 새끼였던 해치백 시장을 수입차 브랜드들이 ‘프리미엄 소형차’라는 옷을 입혀 ‘백조’로 변신시키려는 모습입니다.

해치(hatch)란 사전적 의미로 ‘위로 끌어올리는 문’을 말합니다. 해치백은 차량 뒷부분을 객실과 트렁크 구분이 없이 합쳐 트렁크에 문을 단 승용차를 일컫습니다. 1974년 우리나라 자동차 시대를 연 현대차 최초의 고유모델 ‘포니’가 바로 해치백입니다.
시트로엥 DS3 뉴 라이트 시그니처(3290만원)

그러나 국내에서 해치백은 불모지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유럽이나 일본에서 인기가 많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왜일까요?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차를 과시용으로 보는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동안 해치백을 ‘짐차’로 여겨 선호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풍문으로는 해치백이 트렁크와 객실 일체형이어서 김치 냄새가 차단이 안돼 한국사람이 싫어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집니다.

그런데 이같은 해치백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국산차가 개척 못한 해치백 시장을 독일 폴크스바겐 ‘골프’가 길을 내기 시작하면서입니다.

골프는 1974년 탄생후 전세계에서 3000만대가 판매된 세계적 베스트셀링카입니다. 물론 해치백 세계 1위 모델입니다. 

폴크스바겐 골프 TDI(3110만원부터)

국내에서는 지난해 판매량이 7238대(전년대비 +24%)로, 경쟁 국산차인 현대차 i30 판매대수(6660대ㆍ-36%)를 앞질렀습니다. 이는 사상 최초로 특정 세그먼트에서 수입차가 국산차 판매량을 능가한 차종으로 기록됐습니다.

골프의 강점은 무엇보다 탁월한 연비(최고 18.9km/ℓ)입니다. 여기에 3000만원대 독일차라는 가격경쟁력과 운전 재미를 주는 뛰어난 주행성능이 꼽힙니다.

다른 수입차 브랜드가 앞다퉈 소형 해치백을 내놓는 것도 ‘골프’의 성공에 기댄 측면이 적지 않습니다. 수입차 관계자는 “해치백 불모지인 우리나라도 차만 좋으면 통한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수입차가 소형 해치백을 국내에 내놓는 또 다른 이유는 대형 세단 시장 성공에 머물지 않고 아래 차급으로 파고 들어가 시장 전체를 잡겠다는 의도도 있습니다. 수입차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국산차 업계를 더욱 긴장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중ㆍ대형차에 집중했던 수입차 브랜드가 소형차로 라인업을 확대해 젊은층을 공략하고 향후 중대형차 시장까지 미래 고객으로 끌고 가겠다는 전략인 셈이죠.

지난 18일 ‘A1’을 출시한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코리아 대표는 “수입차를 찾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며 “2020년까지 국내 프리미엄 소형차 시장이 연간 1만대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현대차 i30 (1885~2480만원)

수입차 공습에 맞서 국산차도 해치백 반격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지난 4월 독자개발한 7단 DCT를 i30에 장착해 연비를 ℓ당 최대 17.8km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경쟁 모델인 폴크스바겐 골프(18.9km/ℓ), BMW 뉴1시리즈(17.4km/ℓ) 아우디 A1(16.1km/ℓ)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또 올 하반기에는 국산 첫 하이브리드 전용 해치백 모델을 내놓습니다. 도요타 하이브리드 프리우스(21km/ℓ)의 ‘대항마’로 평가됩니다.

한편, 해치백에 대한 인식 변화는 우리나라 자동차 문화가 발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과거에는 라이프스타일과는 상관없이 차는 무조건 ‘세단’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실용성과 개성을 고려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다목적차량(MPV), 왜건, 해치백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해치백이 ‘집보다 차’를 선호하는 2030세대에 어필할지 주목됩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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