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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신경숙을 부탁해’ 표절 논란에 휩싸인 거장
[HOOC=김현경 기자] 한국 문학계에서 손꼽히는 유명 작가 신경숙 씨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일본 작가의 소설 한 대목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요.

소설가 이응준 씨는 16일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이란 글을 게재했습니다.

다음은 이 씨가 표절이라고 주장한 대목입니다.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와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 미시마 유키오, 김후란 옮김, 「우국(憂國)」, 『金閣寺, 憂國, 연회는 끝나고』, 주우(主友) 세계문학20, 주식회사 주우, P.233. (1983년 1월 25일 초판 인쇄, 1983년 1월 30일 초판 발행.) 

사진=SBS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 신경숙, 「전설」, 『오래전 집을 떠날 때』, 창작과비평사, P.240-241. (1996년 9월 25일 초판 발행, 이후 2005년 8월1일 동일한 출판사로서 이름을 줄여 개명한 ‘창비’에서 『감자 먹는 사람들』로 소설집 제목만 바꾸어 재출간됨.)



이 씨는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憂國)’에 대한 표절로 저렇게 적발되고 있는 신경숙의 ‘전설’의 일부분은, 한 소설가가 ‘어떤 특정분야의 전문지식’을 자신의 소설 속에서 설명하거나 표현하기 위해 ‘소설이 아닌 문건자료’의 내용을 ‘소설적 지문(地文)’이라든가 ‘등장인물들의 대화 속에서 활용하는 등’의 이른바 ‘소설화(小說化) 작업’의 결과가 절대 아니다. 저것은 순전히 ‘다른 소설가’의 저작권이 엄연한 ‘소설의 육체’를 그대로 ‘제 소설’에 ‘오려붙인 다음 슬쩍 어설픈 무늬를 그려 넣어 위장하는’, 그야말로 한 일반인으로서도 그러려니와, 하물며 한 순수문학 프로작가로서는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명백한 ‘작품 절도행위―표절’인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특히, 과연 경륜 있는 시인답게 김후란은, 1996년 6월 30일 초판이 발행된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제2권 ‘죽음의 미학’ 편에 실린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에서는 “한 달이 채 될까 말까 할 때, 레이꼬는 사랑의 기쁨을 알았으며, 중위도 이를 알고 기뻐하였다.”라고 번역된 부분에서 “사랑의 기쁨을 알았으며”라는 밋밋한 표현을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라는 유려한 표현으로 번역하였다. 이러한 언어조합은 가령, ‘추억의 속도’ 같은 지극히 시적인 표현으로서 누군가가 어디에서 우연히 보고 들은 것을 실수로 적어서는 결코 발화될 수가 없는 차원의, 그러니까 의식적으로 도용(盜用)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튀어나올 수 없는 문학적 유전공학의 결과물인 것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원래 신경숙은 표절시비가 매우 잦은 작가”라며 “재미 유학생 안승준의 유고집 ‘살아는 있는 것이오’의 서문은 고인의 부친 안창식이 쓴 것인데 이를 신경숙이 자신의 소설 ‘딸기밭’에 모두 여섯 문단에 걸쳐 완전 동일하거나 거의 동일한 문장으로 무단 사용한 것1)이나, 신경숙의 장편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와 단편소설 ‘작별 인사’가 파트릭 모디아노와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들 속 문장과 모티프와 분위기 들을 표절했다는 고발2) 등등은 필경 신경숙이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한 것과 비슷하거나 같은 노릇을 여기저기서 상습으로 일삼던 와중에 흩뿌려진 흔적과 증거들이라고 보아야 타당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표절인지 아닌지는 본인만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표절 여부를 가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의혹이 제기됐다는 것만으로도 유명인에겐 이미 타격입니다.

표절일까요, 우연의 일치일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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