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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경숙 표절논란, “日작품, 그대로 베껴…‘뻔뻔한 시치미’”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엄마를 부탁해’ ‘외딴방’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설가 중 하나가 된 신경숙이, 일본 탐미주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의 작품을 베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소설가 이응준 씨(45)는 16일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이란 글을 올리고, 신 씨가 1996년 발표한 단편 ‘전설’이 미시마의 ‘우국(憂國)’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소설 ‘금각사’를 쓴 미시마는 1970년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주장하며 할복자살했다.

표절 의혹을 받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와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미시마 유키오, 김후란 옮김, ‘우국(憂國)’, ‘金閣寺, 憂國, 연회는 끝나고’, 주우(主友) 세계문학20, 주식회사 주우, P.233. (1983년 1월 25일 초판 인쇄, 1983년 1월 30일 초판 발행)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신경숙, ‘전설’ ‘오래전 집을 떠날 때’, 창작과비평사, P.240-241. (1996년 9월 25일 초판 발행, 이후 2005년 8월1일 동일한 출판사로서 이름을 줄여 개명한 ‘창비’에서 ‘감자 먹는 사람들’로 소설집 제목만 바꾸어 재출간)

이 작가는 이와 관련, “대한민국 최고의 유명 소설가 신경숙은 청탁을 받아쓰고 있는 중인 단편소설 ‘전설’의 원고에 문단의 까마득한 선배인 김후란 시인이 번역한 일본의 대표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 우국, 연회는 끝나고’(주우 세계문학 전집 제20권)에서 단편소설 ‘우국(憂國)’을 거의 그대로 옮겨 타이핑한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원래 신경숙은 표절시비가 매우 잦은 작가”라면서 “신경숙이 미사마 유키오를 표절한 저 방식으로 다른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들을 더 많이 표절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상식적이고도 합리적인 의심’을 충분히 품을 수 있다. 예리한 독서가들 여럿이 작정하고 장기간 들러붙어 신경숙의 모든 소설들을 전수조사해보면 위와 같은 사례들은 얼마든지 더 있을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표절시비에 휩싸인 신경숙 작가


또한 이 작가는 신경숙의 표절에 대한 한국문단의 ‘뻔뻔한 시치미’와 ‘작당하는 은폐’라고 비판하고 “2000년 가을 즈음부터 줄줄이 터져 나온 신경숙의 다양한 표절 시비들을 그냥 시비로 넘겨버리면서 이후 한국 문단이 여러 표절 사건을 단호하게 처벌하지 않는 악행을 고질화·체질화시켰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작가는 신경숙 씨의 소설에서 의심되는 부분은 직접 올리기도 했다. 각각 4개와 7개 문장으로 이뤄진 해당 부분에 대해 이 씨는 같은 글이나 다름없이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이 작가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문단에서 10여 년 전부터 제기됐던 신 씨의 ‘우국’ 표절 의혹을 공개적인 공간에 기록하기 위해 글을 썼다”며 “신 씨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지만, 표절에는 공소시효가 없다”고 강조했다.

1990년 시인으로, 1994년 소설가로 등단한 이 씨는 장편소설 ‘국가의 사생활’ ‘내 연애의 모든 것’ 등을 발표한 중견 작가로 이번 주장이 문학계와 대중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j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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