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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사이버 따돌림’ 여중생 투신 자살…하지만 ‘학교 폭력’은 아니다?
[헤럴드경제=이지웅ㆍ서지혜 기자] 친구들에게 험담과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욕설 등 따돌림을 당하던 여중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학생은 올해 갓 중학교에 입학했다.

이 학생 부모와 학교 측은 카카오톡 대화 상의 욕설을 학교 폭력으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서울 모 중학교 1학년 A(14)양은 지난달 5월 14일 밤 9시 5분께 동대문구 소재 한 아파트 10층에서 자기 방 창문 밖으로 몸을 던져 숨졌다.

A양은 같은 초등학교를 나와 같은 중학교로 진학한 친구 4∼5명과 친하게 지냈다. 그러나 최근 한 문제로 이들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이 4∼5명 친구 중 한 명에 대한 험담을 해놓고 다른 친구가 험담을 했다며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들통났는데, 이에 대해 투신 전 이 4∼5명으로부터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욕설 등 심한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A양은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는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해서 미안하다. 친구들을 힘들게 했다. 내가 이기적이었다’ 등 주로 자책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A양 부모는 애초 딸의 죽음이 친구들간 사소한 말다툼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상대방 학생들을 고소하지도 않은 상태라고 한다.

그러나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딸에 대한 심한 욕설 등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한 A양 부모는 현재 이 같은 행위가 학교 폭력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학교 측은 여러 정황에 비춰 이를 학교 폭력으로까지 볼 수는 없다는 내용으로 조만간 결론 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부터 현재까지 1달 넘게 학교폭력자치위원회 등을 수차례 열어 A양에 대한 카카오톡 욕설 등이 학교 폭력에 해당하는지 등을 논의하고 있다”며 “이번주 내로 결론을 내고 A양 부모에게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실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여줄 유일한 증거물인 A양과 친구들의 카카오톡 대화방이 현재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 사건의 한 관계자는 “문제의 카카오톡 대화방은 어떤 경로를 통해 모두 사라진 상태”라며 “A양의 휴대폰에도, 친구들의 휴대폰에도 문제가 된 카카오톡 대화방은 현재 모두 지워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경찰과 학교 모두 A양과 친구들 사이에 실제 카카오톡을 통해 어떤 수준의 대화를 주고받았는지는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한 상태다.

문제의 카카오톡 대화방을 조사했느냐는 질문에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 사생활이기 때문에 학교가 들여다볼 권한이 없다”며 “친구들의 진술을 주로 들었고, 친구들 부모가 제출한 다른 카톡 캡처 화면도 조사했다”고 말했다.

경찰 역시 애초 A양 투신 사건과 학교 폭력의 관련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정식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A양 유서 내용과 내사를 통해 얻은 정보 등을 토대로 투신과 학교 폭력의 연관성이 적다고 판단했다”며 “A양 부모의 고소나 학교 측의 조사 요청도 없었기 때문에 카카오톡 대화방을 포함해 정식 수사에 착수하지도 않은 단계”라고 말했다.

하지만 A양이 결국 자살에까지 이르렀고, 모바일 등을 통해 심리적 공격을 가하는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도 학교 폭력에 해당한다는 현행 법률(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2조)에 비춰보면 경찰과 학교 측의 조사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한편 경찰과 학교 모두 A양에 대한 물리적 폭력은 없었다고 밝혔다. A양 투신 당시 아파트에는 가족이 있었지만 A양이 방문을 닫고 투신해 가족은 A양 투신 사실을 뒤늦게 알아챈 것으로 전해졌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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