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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난과학] 고장, 고장, 고장…‘만신창이’ 하야부사의 귀환
[HOOC=이정아 기자] 2010년 6월 13일. 캄캄한 밤하늘에 우주탐사선 ‘하야부사’가 반짝이며 나타나자 일본 열도는 흥분과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듭니다. 달 이외의 천체에 착륙해 인류 최초로 소행성의 표본을 가지고 귀환한 하야부사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침잠한 우주에서 무려 7년간 60억㎞ 여정을 홀로 거친 뒤 만신창이로 지구로 돌아온 하야부사가 일본인들의 심금을 울렸기 때문이었죠.

시간을 거슬러 때는 2003년 5월 9일 13시 29분 25초.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폭 500m 정도의 소행성인 ‘이토카와’를 향해 무인 우주탐사선 하야부사를 성공적으로 발사시킵니다. 하야부사의 임무는 지구로부터 3억㎞ 떨어진 이토카와에 착륙해 표면의 모래 조각을 수집하는 것이었습니다. “도쿄에서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5㎜의 파리를 쏘아 맞히는 것만큼이나 고난도의 기술”이라며 당시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전한 바 있었는데요. 이때까지만 해도 하야부사에게 얼마나 고된 여정이 그려질지 누구도 몰랐을 겁니다.

지구와 화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 이토카와 상공에 있는 하야부사의 모습 상상도. [사진=JAXA]

M-V 로켓에 실려 우주로 날아간 하야부사. 그런데 출발 초기부터 기기 고장에 시달립니다. 하야부사의 네 개 엔진 중 하나가 파손돼 이토카와까지 엔진 세 개로 감당했고, 세 개의 자세제어장치 중 두 개가 잇따라 고장이 나면서 비행을 위한 균형 잡기도 어려워집니다. 달랑 한 개씩 남은 엔진과 자세제어장치를 통해 간신히 중심을 잡아가며 이토카와에 겨우 착륙하던 순간, 하야부사의 센서 일부가 작동을 멈추면서 하야부사는 뜨거운 이토카와의 표면 위로 쓰러져 버립니다.

이때 흩날린 먼지들이 하야부사의 샘플통으로 들어가면서 우여곡절 끝에 시료채취 임무는 완수했지만,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였습니다. 자세제어용 화학엔진에서 연료가 새기 시작한 것이죠. 동력장치인 화학엔진 12대 모두 기능을 상실하게 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구와 통신마저 두절돼 버립니다. 눈과 다리를 잃은 하야부사는 꼼짝 없는 ‘우주 미아’로 전락하면서 JAXA의 탐사 임무는 실패로 돌아가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7주만에 JAXA는 하야부사와의 신호를 극적으로 잡아냅니다. 이에 JAXA는 4개월에 걸쳐 하야부사의 태양전지를 충전하고 동력장치를 비상용 이온엔진으로 전환시킵니다. 그리고 2007년 4월 25일. 하야부사는 마침내 지구 귀환 길에 오르게 됩니다. 

지구로 귀환하는 하야부사 모습 상상도. [사진=JAXA]

그런데 비행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면서 귀환 시기가 계속해서 지연됩니다. 부품의 노화가 겹치면서 전지와 엔진의 손상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도 모자라, 비상용 이온엔진 4기 중 3기가 정지해버립니다. “이대로는 지구 귀환이 어렵다”는 판단이 나오던 차, JAXA의 한 연구원이 예비 엔진 2기를 연결해 1기 역할을 하게 하는 아이디어를 냅니다. 이에 착안해 비상수단을 찾아나간 JAXA는 하야부사를 무사히 지구로 귀환시키기에 이릅니다.

당초 예정보다 3년이나 넘긴 2010년 6월 13일 지구 대기권으로 돌입한 하야부사는 샘플이 든 캡슐을 분리한 뒤 대기와의 마찰로 유성처럼 빛나며 사라집니다. 분리된 캡슐은 호주 우메라 부근에 무사히 낙하했죠. 인류가 만든 탐사선이 다른 천체에 착륙한 뒤 지구로 귀환하는데 성공한 건 아폴로 우주선들의 달 탐사 이후 40년 만에 처음 있는 역사적인 일이었습니다.

하야부사가 집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에 당시 JAXA에는 귀환을 축하하는 응원 메시지 2000여통이 몰렸습니다. 이날 밤 밤하늘을 보며 한 잔 기울이라는 의미로 만들어진 ‘하야부사 환영주(酒)’도 판매됐고요. JAXA 홈페이지에는 하야부사를 인격화시켜 동화처럼 풀어낸 ‘하야부사군의 모험 일기’라는 이야기가 게재돼있습니다.

지구로 귀환하기 직전 하야부사가 담아낸 지구 사진. 때론 흔들리는 사진 한 장이 더 많은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진=JAXA]

(*) 지구 대기권으로 떨어지는 하야부사의 모습. 하야부사는 대기와의 마찰로 빛을 내며 사라지고, 분리된 캡슐은 무사히 낙하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 일본은 지난해 12월, 소행성 1999JU3을 탐사하는 우주탐사선 ‘하야부사2’를 발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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